4월 수출이 2016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설비투자가 5개월 만에 감소한 가운데 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수출마저 부진해 걱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1.5% 감소한 것은 지난해 같은 달 대규모 해양 플랜트 수주 등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착시를 유발할 수 있는 반도체 '원톱' 현상 속에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18개월 연속 증가해오던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생산과 투자, 수출이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허약해지고 있는 주력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력 업종인 자동차 1분기 수출은 미국·중국 수출악화로 8.2%나 감소했고 조선, 기계 등 여타 제조업 경기도 싸늘하다. 수출 경기가 살아나려면 중국에 밀리고 있는 주력 산업의 자생적 성장 동력이 확보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비스산업과 4차 산업 혁명 분야의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은 소홀히 하면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가 5개월 만에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짓눌려있다는 방증이다.

환율과 국제 유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에 큰 폭으로 하락하며 1060원대로 내려섰다. 기름값도 치솟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할 경우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변수를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 3% 달성을 낙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산업부도 주요국 보호무역조치와 환율 하락,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등 대외 통상환경 악화로 향후 우리 수출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와 기업이 민첩하게 움직여 환율 하락과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세계경기 회복이라는 호재를 잠재성장률 확충의 기회로 살리지 못하면 국제 경기가 가라앉는 시점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일자리도 투자도 산업 활력도 뒷걸음질치는 지금 시점에,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정책의 허점이 있다면 대담하게 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 정도다. 잦은 추경을 통해 단기적인 문제를 그때 그때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틀에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거시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투자가 살아나야 수출이 회복되고, 소비도 탄력을 받는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수반되지 않는 혁신성장은 공허할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3월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셈이다. 민간 경제계를 둘러싼 불안요인과 규제를 동시에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럴 때일수록 수출 둔화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투자 장애요인 모니터와 '규제 샌드박스' 조기 도입, 신산업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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