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금액이 여전히 두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금액은 공사를 하고서도 아직 발주처에 기성금을 요청하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말 기준 미청구공사금액은 11조5710억원에 달한다. 2015년 14조8680억원과 비교하면 22%(3조33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업계는 최근 미청구공사가 줄어든 것은 누적 공사 수익 규모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695억달러로 최근 4년간 최고 실적이었던 2014년 660억달러와 불과 30억달러 차이다.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액을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이 2조8960억원으로 가장 많고 GS건설 1조5650억원, 대우건설 1조3530억원, 삼성물산 1조2430억원 등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가상승이나 설계변경 등으로 시공비가 증가했지만 발주처가 인정한 공정률과의 차이로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발주처가 계약서상 기준을 내세우며 공정비율을 다르게 잡거나 납기일을 미루게 되면 공사비가 회계상 손실로 처리돼 재무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건설사의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의 경우 초대형 프로젝트는 계약서에 지정된 공정 단계를 달성해야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발주처의 부채 비율과 유가 하락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기성 시점을 늦추면 미청구 공사가 늘게 된다. 이밖에 발전·화공 플랜트 건설 때는 기자재를 사전주문해 제작·투입하는 예가 많은데 발주처는 진행률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최종 인도 시점까지는 미청구 공사가 늘어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청구공사금액은 특히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업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요소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액이 회수되기 때문에 무조건 부실로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미청구공사는 현지 발주처나 경기 흐름에 따라 회수 기간이 늦어질 수 있어 잠재적인 부실 요소로 꼽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