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전 때
업체서 조합에 금품 제공 정황
불법 드러나면 인가 취소 타격

지난 25일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자료를 담은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자료를 담은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뜨거웠던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주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서 건설업계와 사업 시행 주체인 조합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 롯데건설에 이어 올 1월 대우건설, 이달 현대건설까지 강남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었던 건설사를 대상으로 수주 비리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에 선물과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사의 초점은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손발 역할을 해주는 아웃소싱 업체(OS)가 조합원에 제공한 각종 금품향응에 대한 책임 여부를 건설사에 직접 전가할 수 있는 지다. 경찰은 OS가 조합원을 사로잡기 위해 현금과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와 OS 간 관계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OS 직원들은 건설사 직원인 경우도 있지만 건설사들이 수주 과정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독립적인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 경우 등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통해 건설사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면 건설사들은 시공권 박탈로 수도권 최대 알짜 사업지를 잃어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조합원이 수주 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 현재 수사 중인 단지 한신 4지구 3685가구(롯데건설), 신반포 15차 180가구(대우건설), 반포주공 1·2·4주구 2120가구(현대건설) 등 5985가구에 대한 사업 인가가 취소된다.

이 경우 올해부터 적용되는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되므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폭탄을 맞게 된다.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15개 재건축단지 조합원 1인당 평균 예상 부담금은 4억4000만원에 달한다.

건설사 책임으로 돌아갈 경우 대규모 알짜 사업장을 잃게 되며, 조합이 비리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된 단지는 관리처분 인가가 취소돼 대규모 초과이익환수 폭탄을 맞게 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조사 중인 단지의 6000가구를 비롯해 올해 연말까지 최대 1만1650가구의 명운이 결정된다. 올 1월부터 연말까지 강남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단지 수는 1만1650가구에 달한다.

일단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재건축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 시장이 워낙 뜨거웠던 데다 올해 시행되는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사업 속도를 내면서 수주 과열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건설사와 조합 간 비리를 이번 수사 과정에서 밝혀낸다면 재건축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뿌리 뽑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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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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