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권 보장 vs 사업권 침해" 팽팽 SKT "3사 영업익 60% 사라질판" 정부, 이통사 반발에도 '직진' 입장 규개위 내달 11일 재논의 하기로
[디지털타임스 정예린 기자] 보편요금제가 국회 발의도 되기 전인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통과부터 미뤄지며 쉽지 않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민의 보편적 통신이용권 보장과 민간기업의 사업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반대가 워낙 단호해 상당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7일 규개위는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달 11일 재논의를 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SK텔레콤은 3시간여 진행된 회의 중 절반인 약 1시간 30분 동안 보편요금제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당장 적용 대상이 되는 이통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약 200분의 음성통화와 1GB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편요금제는 이번 정부가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통사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왔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에 대해 시장 경제를 왜곡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요금 수준과 통화량을 직접 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상환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시장에서 사업자가 경쟁하는 수단이 고객"이라며 "정부가 2년에 한 번씩 기준요금제를 설계하면 결국 사업자는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정부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활성화에도 위배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과잉 규제의 이유로 이미 상당수 사용자가 정부의 통신정책에 따른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미 전체의 55% 수준이 정부의 인위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해 이뤄진 선택약정할인의 상향에 따라 누적 2000만명이 25% 할인을 받는 것을 비롯해 알뜰폰 760만명과 취약계층 800만명 등 총 3500만명이 정부의 통신비 경감 정책에 수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과도한 손실 또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보편요금제를 계기로 모든 요금제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정기획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연간 1조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까지 통신비가 절감된다. SK텔레콤 측은 "3사 영업이익의 60%가 보편요금제로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은 또한 이미 어르신 요금 감면 등의 지원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보존율은 10%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통사들은 결국 이런 손실 때문에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하향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5세대 이동통신(5G)의 상용화를 앞둔 상황에서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어 통신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편요금제의 설계 산식상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면 요금이 떨어지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 법률대리인인 태평양 측은 "굳이 설비 투자해서 이용자 데이터 이용량을 높이는 게 필요하겠느냐"며 "사업자 투자 열기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통사의 반발에도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보편적 성격과 통신비 부담에 대해 국민적 요구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고가요금제의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충분한 데 비해 저가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보편요금제가 기본료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는 이통사에 7조원 정도 부담이 돼 대안으로 선택약정,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등을 제안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보편요금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