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을 막기 위해 올해 비상장 계열사를 잇달아 상장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조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가 연내 도래한다. 오는 6월 갚아야 할 만기 차입금만 최대 6000억원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박 회장 발등에 당장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연내 상장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에어부산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연내 상장 추진을 결의한 이후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동 대표 주관사로 최종 결정하고, 기업 실사와 상장 예비심사 청구 등 세부 일정을 위한 실무협의에 돌입했다. 아시아나IDT 역시 상반기 중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등 상장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을 주축으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두 개 계열사 상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곳 상장 계획을 발표할 때와 달리 투자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금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이 지난 2006년부터 대우건설,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등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두 회사 인수에만 10조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 이는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무리하게 진행한 M&A는 건설경기 불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지난 2010년부터 대우건설,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터카), 대한통운, 금호고속을 차례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돈이 될 만한 자산은 대부분 처분했다.
올해 역시 이런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임금 규모는 약 4조4000억원으로, 연내 2조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 발행잔액 약 380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만기 약 5500억원, 금융리스부채 약 2800억원, 단기차입금 약 8000억원 등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CJ대한통운 보유 주식 73만 8427주를 935억원에 최근 내다팔았다. 또 박삼구 회장이 애지중지하던 서울 광화문 사옥 지분 80%를 2000억원 대에 처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 대에 불과하다.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신용등급이 'BBB-'로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져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상장 후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의 지분 100%, 에어부산은 46%를 가지고 있다. 증권가는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이 상장할 경우 시총을 각각 1600억원, 8000억~1조원으로 평가한다. 상장으로 5000억원 가량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에어부산의 2대 주주인 부산시 관계자는 "시와 별다른 협의 없이 상장을 진행 중"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에어부산은 시 발전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는데, 상장 후 지분을 처분하면 이같은 투자 협약을 지키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