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저/ 창비/1만5000원
공존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우리는 한 번쯤 애완견 매장을 지나치다 귀여운 강아지의 눈망울에 빠져든 적이 있다. 이 귀여운 강아지들은 어디서 태어날까? 이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되면, 결코 마음 편하게 쇼윈도 너머의 강아지들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새끼강아지들은 주로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애견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의 개들은 가득 쌓인 배설물 위의 케이지에서 일생을 보내며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저자는 갈 곳 없어진 강아지 '피피'를 떠안게 되면서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그는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를 쓰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번식업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해 한국 개 산업의 실태를 그려냈다. 이 책은 출간 전 동물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진행한 스토리펀딩이 열흘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일어난 반려견 입마개 의무착용 논란 등에서도 알 수 있듯 빠르게 형성된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과도기인 만큼, 동물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가기 위해 노력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쉽게 개를 산 사람들은 개가 번거로워지거나 크기가 커져 더 이상 귀엽지 않게 되면 쉽게 개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매년 8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진다. 버려진 개들의 아주 적은 수만이 지자체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나머지 대부분은 안락사한다. 보호소에조차 가지 못한 개들은 육견업자의 손에 들어가 개고기가 되거나,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 책은 한국 개 산업의 문제를 지적하며 동물권에서 시작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더 넓은 논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특히 한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곧 사회의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을 돌보기 전에 사람부터 챙기라는 일부의 비난에 작가는 인권과 동물권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관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특정 집단이 독점하던 권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동물 앞에서 강자다. 동시에 우리는 같은 인간들 앞에서 약자가 될 수도 있다.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동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사용하는 것 중 많은 제품이 동물의 희생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히 실천할 수 없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 책은 동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계도하는 책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더 나은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 이 책이 남기는 메시지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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