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서울과기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장우진 서울과기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장우진 서울과기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국민 경제 수준 향상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삶의 질은 생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생활 환경은 기본적으로 공기조화, 음향 및 빛 환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행동하기 위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시각 정보다. 시각 정보는 빛 환경에 직접 연관이 되고-어둡거나 눈부시거나 빛이 어른거리면 '보임'이 나빠지고 시각 정보 수집에 영향을 준다-양호한 빛 환경을 위해 '조명'을 고려하게 된다.

조명은 자연산 주광 조명과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인공조명으로 나뉘게 된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조명 제품의 측면에서 국내 조명산업은 외국산 제품에 의해 많이 시달려 왔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과 고성능, 디자인이 돋보이는 외국산 제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최근 LED가 조명에 도입되면서 조명산업과 연구의 부흥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다가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왜 그럴까. 일반인들의 조명에 대한 몇 가지 인식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조명산업과 연구의 발전 방향을 우회적으로 알아보려 한다.

과거 개발도상국가로 분류돼 경제 부흥에 온 나라의 역량이 집약된 시절에는 그저 밝기만 하면 일하는데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방과 방 사이의 벽 상부에 구멍을 뚫어 전등을 설치하고 두 방을 동시에 밝히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자자'는 옆방의 소리에 '나만의 전등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때다. 지금은 조명이 시각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가적으로 '조도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조명설비를 갖추도록 권장하고 있다. 게다가 밤에는 너무 밝은 것을 규제하는 '빛 공해 방지법'이 생겨나기도 했다. 조명에 의한 자연스러운 색상의 표현과 빛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 특히 인체의 24 시간 생체주기에 미치는 영향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기존 인공조명에 사용되던 광원에 비해 LED는 효율에 있어서 동등이상의 수준이고 이 효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해 LED를 사용한 고효율 조명기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조명기기와 부품들은 저렴하기까지 하다. 조명환경에 밝음이 중요한 인수이기는 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각환경에 작용하는 요인이 있으며 이들도 함께 만족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빛을 만들어내고, 전달하고, 사용하면서 그 대상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데 많은 학문들이 관련돼 있다. 빛을 만들어내는 데는 물리, 화학적 현상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고 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해 재료, 기계 및 금형이 필요하고,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전기전자적인 부품이 소요된다. 빛을 모으거나 퍼뜨리기 위해 렌즈나 반사판의 설계가 이뤄져야 하고, 이렇게 공급되는 인공 빛이 건물 실내나 외부 구조물에 주광과 함께 혹은 단독으로 적절히 사용되게 하기 위해 건축적, 심미학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빛 환경이 생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은 빛을 받아들이는 '눈'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심리, 생리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산업의 한 부문으로서 경제적 파급효과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해야 한다. 과연 대학원이나 연구소에서 진행될만한 이와 같은 다양하고 심도 있는 사항들을 학부의 한 학과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 기업인 GE에서는 한때 넬라 파크(Nela Park)의 조명연구소에 3000여 명의 연구자가 있었다고 한다.

제품 생산의 형태로 기업의 규모에 적정한 품종과 수량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중소기업은 변화하는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대기업은 일정 수준의 범용 제품에 대응하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산업구조와 생태계 특성으로 자연히 분화되는 현상으로 인위적으로 분장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특별한 사정에 의해-산업을 보호하거나 특정 산업을 키워야 할 때-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수입관세를 통제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조명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이들의 협업에 의해 수준 있는 제품의 생산될 수 있다. 다행히 조명기기는 광원, 반사갓 및 전원장치의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돼, 전통 조명(LED 조명기기 이전의 조명) 시절에는 주로 반사갓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표준화된 광원과 표준화된 전원장치를 구입해 조립하는 형태로 제품 생산을 했다.

그러나 LED가 조명광원의 주요 부품으로 자리하면서 업체에 기술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LED 조명제품은 아직 부품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모든 부품을 생산하거나 구입해 조립하고 판매하게 된다. LED 조명제품은 크게 LED 칩/패키지, 전원/제어장치, 방열기구, 렌즈/반사판의 광학계 및 제품 외관 디자인으로 구성되며, 최근에는 IoT 스마트 조명을 구현하기 위해 통신기능도 갖춰야 한다. 우수한 LED 조명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이들 각각의 구성 부분에 대한 전문기술자를 보유해야 하는데,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각 부문의 기술자를 보유하기가 어렵다. 이는 최종 생산제품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조명기기는 범용의 사무용 조명기기, 집단 구조물의 조명기기와 같은 시설용 조명기기와 개별적 특성을 가지고 다양한 공간의 분위기를 표출하는 장식적 조명기기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조명기기의 구성품을 살펴보면 광원과 전원장치는 대동소이하고 다만, 외부 등기구의 형상과 색상이 크게 차이가 난다.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디자인 등기구나 수 만원 대의 사무실 천장에 달려 있는 등기구나 동일한 종류의 광원과 전원장치를 사용하지만 디자인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IoT 부상으로 산업 각 분야에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시티, 스마트 카, 스마트 윈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조명 부문에도 피할 수 없는 태풍으로 불어오고 있다. 이 기회에 조명과 타 산업 부문과의 협업을 통하여 이제까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조명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자는 분위기다.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조명산업 부문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스마트'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가 '통신'과 '제어' 기능이다. 따라서 통신과 제어가 모든 '스마트'의 주체로 오인되기도 했다. 제 기능이 충실하지 못하면 '스마트' 기능이 무색하게 된다. '스마트 카'가 시동이 잘 안걸리거나 연비가 낮거나 매연을 많이 발생한다면 통신제어 기능이 뛰어나도 자동차로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조명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스마트 조명은 스마트 장치를 구성하는 비용의 낭비일 수밖에 없다. 좋은 조명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하고 고려해 이 기능을 수행해야 조명으로서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다.

조명 부문을 산업의 한 형태로 보면서 총학제적(general-disciplinary) 특성을 가진 고유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동반상생의 논리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정부의 주도하에 조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최종 생산품의 고품질 고기능화를 위해 각 부문의 전문가가 의견과 지식을 고유할 수 있는 모임의 장을 구성하고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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