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15일 새벽 귀국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MBC 화면 캡처=연합뉴스
미국 국적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010년부터 6년 동안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의 등기이사직으로 활동, 국내 항공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무는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인으로, 항공법 상 외국인은 한국 국적항공사의 등기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광고대행사 '갑질 논란'에 항공법 위반 사실까지 드러나 사퇴 여론이 비등하자,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조 전무를 대기 발령하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에어는 아직 조 전무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2010년 4월 14일 '조 에밀리 리'를 그 해 3월 26일 자로 진에어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임원 변동 내용을 공시했다. 실제 취임은 그해 4월 8일 이뤄졌다. 이 시점부터 2016년 3월 28일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국내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사람, 즉 외국인은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조 전무는 6년 동안 부사장 직함으로 등기이사로 활동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정확한 사정은 현재 파악하기 어렵지만, 당시 논란 소지가 있을 수 있어 2016년에 등기이사직에 사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무를 향한 사퇴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한항공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국적을 의미하는 단어를 빼야 한다는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난 12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 시작한 조 전무 관련 청원은 16일까지 100건을 넘겼다. 여기에는 대한항공의 '대한' 명칭 회수를 청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한항공 측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발령 조치했다"며 "추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였던 국토교통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가 6년 동안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해 새 저비용항공사(LCC) 사업자 면허 심사 과정에서 재미 동포의 비등기이사 재직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날 조 전무와 관련한 긴급 내부 회의를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2016년 10월 전까지는 항공면허 조건을 지속하는지 점검하는 규정이 없어, 조 전무의 사내이사 재직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현재 불법 상황이 해소된 상태여서 면허취소 등 조치는 신뢰 보호 원칙상 힘들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