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베트남에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의 쾌거를 안겨준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국내외에서 크게 조명을 받고 있다.

베트남 축구에 마법을 선사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든 박항서 리더십의 요체는 팀원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움직이는 원팀(One-Team) 정신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원칙 앞에서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현재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인기는 어느 한류 스타 못지않은 게 사실이다. 박 감독 덕분에 베트남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도 덩달아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려온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 스타를 꼽으라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콘텐츠산업이야말로 문화와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한 산업으로 리더의 철학과 자질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기 마련이다. 방 대표가 강조하는 것도 박항서 감독의 원팀 정신과 다르지 않다. 그는 멤버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도 팀의 가치, 측 팀워크를 소중히 하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고 한다. 브랜딩은 개인이 아닌 구성원의 팀워크로 이뤄진다는 상식을 방탄소년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경기가 위축되고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콘텐츠산업 성장도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산업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수출도 중국, 일본 등으로 편중돼 있다. 사드로 인한 '한한령'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국가에 편중된 한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타 산업의 수출 성장과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해 온 한류를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한류의 재확산을 위한 신한류 추진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해 100대 국정과제 속에 한류 확산을 포함시키면서 현재 6000만 명인 한류 팬을 2022년까지 1억 명으로 늘리고 한류 총 수출액 증가율을 연간 6% 수준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고성장 시장인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으로 콘텐츠 수출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콘텐츠 기획에서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시장에 출시하고 반응을 기다리기보다는 한류의 소비자인 세계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획과 생산,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대중음악, 방송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뉴콘텐츠를 만든다면 신한류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콘텐츠 수출의 부가가치가 극대화되도록 제조, 서비스, 관광산업 등을 연계해 콘텐츠를 개발하는 '패키징'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 20년 간 한류를 추진하면서 이를 힘 있게 통합하고 이끌 컨트롤타워가 아직까지 없다는 사실도 아쉬운 점이다.

해외 한류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많지는 않지만 참여기관간의 불협화음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신한류 전략의 추진주체이자 콘텐츠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해외사업본부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콘텐츠 산업 진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완화 등 정책 개선까지 포괄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신한류 추진 공식 기구의 설립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박항서 감독과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이 된 리더십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런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이 콘텐츠 산업 정책과 비즈니스 분야에도 이식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신한류 추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범정부기구가 설립돼 정부부처, 관련 공공기관, 콘텐츠 업계 등이 원팀 정신으로 팀워크를 발휘해 우리 콘텐츠 산업의 신한류가 세계 속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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