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준 과학기술 플랫폼 구축
산·학·연 협력…10~15년내 주도

11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회의실에서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주재로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11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회의실에서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주재로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

"천연물은 제품 단위 경쟁력이 아닌 전체 분야로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분야입니다."

11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천연물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선영 바이로메드 연구개발총괄이사는 "국제 수준의 과학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시장에 머물고 있는 천연물 소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의약품 시장은 크게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뉜다. 합성의약품의 경우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등에서 임상시험을 마치고 세계 시장에 신약을 내놓은 경험이 있지만, 아직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도 원천물질과 특허가 부족하고 전주기 임상 등의 경험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 진출의 '제3의 길'인 천연물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선진국에서도 완벽히 정착되지 않은 반면 한국이 상당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의약품으로 치료가 어려운 만성·복합성 질환이나 알레르기·신경성 질환, 부작용이 큰 항암제 등을 대체할 의약품으로 천연물 신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천연물은 하나의 성분을 개발하면 의약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할 수 있어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천연물 산업 시장은 2050년 5조달러(약 5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 이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한 천연물은 과학화·표준화가 미흡해 세계 시장에 나가지 못했지만, 이 부분만 해결하면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며 "산·학·연이 제대로 힘을 모은다면 10∼15년 안에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연간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티렌을 비롯해 조인스, 시네츄라, 레일라, 모티리톤 등 국산 천연물 신약은 내수 시장에서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또 현재 여러 2세대 천연물 신약들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천연물 신약이 세계적인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유효성분을 분리하고, 작용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과학·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인삼의 효능은 국내에서도 경험적으로 많이 알려져 왔으나, 스위스 제약사 파마톤은 인삼의 유효성분인 '사포닌'을 분리·정제한 건강기능식품 '진사나'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연 3억달러(약 3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은 이런 천연물의 과학화·표준화 기반을 마련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손미원 바이로메드 연구소장은 "국내에서 천연물 신약이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은 이유는 환자들이 먹었을 때 부작용 없고 유효성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규격을 표준화하고 임상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 세계 시장 진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원료를 확보하는 일도 천연물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신뢰성 문제와 함께 천연물 수입을 위해선 상대 국가와 일정 부분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른 원가 상승도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한 원료 및 재배지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미원 바이로메드 연구소장은 "지금은 대부분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을 재배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상업적 가치가 있는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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