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자들이 개발한 무선 양자암호통신용 송신부 시스템 모습. 가운데 구멍으로 양자(빛 알갱이)를 쏘아 보낸다. ETRI 제공
국내 연구진이 무선 양자암호통신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암호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암호통신을 무선으로 구현한 첫 사례로, 무선 양자암호통신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체 개발한 무선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100m 떨어진 거리에서 주·야간에 걸쳐 양자신호를 전송하고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차세대 보안통신기술인 무선 양자암호통신기술은 빛의 알갱이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고, 이를 다시 복원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전송 도중 제3자에 의해 데이터가 탈취되면 양자 정보가 변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도청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대전 유성구 본원의 1연구동 옥상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양자신호를 보내고 복원하는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양자비트 오류율(QBER)이 밤과 낮에 각각 1%, 3% 수준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QBER은 양자신호를 잘못 전달한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11% 이하면 양자 암호키를 생성할 수 있어 양자암호통신이 가능하다. 오류율이 낮을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암호키를 생성할 수 있고, 오류율 3%는 매우 우수한 성능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의 암호키 생성 수준은 200kbps로, 초당 20만 비트 이상의 암호키를 만들 수 있다. 이 속도는 수십Gbps급 데이터 전송에 충분한 수준이다.
특히 연구팀은 양자신호보다 훨씬 더 강한 태양빛이 있는 주간에 양자신호를 성공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잡음초저감 기술을 적용, 양호한 결과를 얻어냈다.
앞서 ETRI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용 핵심 부품을 수㎝ 크기로 소형·집적화해 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다.
연구팀은 앞으로 무선 양자암호통신 전송거리를 더욱 늘리고, 자동차나 드론 같은 이동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윤천주 ETRI 박사는 "초소형 무선 양자암호통신 송수신 부품을 집적화해 소형 단말이나 단거리 서비스 등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가행정망 보안 네트워크나 금융망, 군사기밀 암호전송, 자율주행차량의 해킹 방지, 데이터센서 기밀유지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3년간의 ETRI 자체 연구를 통해 나온 것으로, 국제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 IEEE 포토닉스 저널 등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