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가 최근 5년 사이에 949개나 늘었다.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인건비나 규제 등 국내 시장 환경 때문에 해외로 사업기지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의 해외 계열사는 모두 3천455개로, 지난 2012년 말(2천506개)보다 949개(37.9%)나 증가했다. 해외 계열사는 지분율이 50% 이상이거나 경영권을 보유한 종속기업으로, 이 기준에 맞는 30대 그룹 해외 계열사는 이 기간에 1580개가 새로 생기고 631개가 사라졌다.
그룹별로는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가 해외 계열사를 235개나 늘리면서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전체 해외 계열사 325개 가운데 208개가 태양광 관련이고, 이 중 192개를 최근 5년 새 추가했다.
삼성도 같은 기간 해외 계열사를 160개나 늘렸고, 특히 지난해 글로벌 전장 전문업체인 미국의 하만을 인수하면서 오디오 판매법인만 53개 증가했다. 물류(CJ대한통운), 문화콘텐츠(CJ CGV·CJ엔터테인먼트), 식음료(CJ제일제당·CJ푸드빌)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CJ가 160개 늘리며 3위에 올랐다. 이어 LG(82개), SK(74개), 현대차(73개), 농협(64개) 등도 해외 계열사를 비교적 많이 늘렸다.
반면 재무구조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진(-47개)과 포스코(-25개), 금호아시아나(-23개) 등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서 418개 늘어나 전체의 44.0%를 차지했고 북미(165개), 중동(133개), 유럽(113개)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140개)과 미국(128개)에 이어 터키(96개)에서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해외 계열사 수는 삼성이 모두 661개로 가장 많았고, LG가 333개, 한화가 325개, 현대차가 308개, SK가 303개, 롯데가 301개, CJ가 300개 등의 순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 판매를 더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 신규 공장 건설이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수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확대를 위해 기업의 유턴을 유도할 당근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