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의료 데이터에 ICT 기술을 접목해, 심장부정맥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몇 백만 건의 심장질환 빅데이터를 자가학습하여 의료진에게 심정지 같은 환자의 위급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올해 1월에는 구글이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환자의 진료기록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입원 환자의 치료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발표했다. 환자의 입원중 사망확률, 장기간 입원 확률, 퇴원 후 30일 내 재입원 확률 등을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집되는 의료데이터의 규모 뿐만 아니라 활용되는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리서치 기관인 IDC에 따르면, 전세계 의료 데이터 규모가 2013년 153엑사바이트에서 2020년 2314엑사바이트로 약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유전체 수집·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당 6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유전체 데이터도 중요한 의료 빅데이터 원천으로 떠올랐다. 의료 정보 시스템의 보급과 함께, 의료 영상 처리 기술의 발달, 웨어러블 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조기 진단 및 치료 이외에 병원 시설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 및 질병의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까지 그 활용 처가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병원에서는 환자의 수술 중 생체 신호 및 수술 후 건강상태 등을 모니터링해 합병증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는 심부전증환자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재발확률을 계산,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추가 치료 및 관리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불필요한 처방을 줄여 의료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꽃가루 많은 지역 거주 여부, 담배 및 정크푸드 구매 패턴 등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급증하는 의료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신속, 정확하게 처리, 분석 및 전송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의료빅데이터는 EMR 등의 정형데이터 뿐 아니라, 의료진이 수기로 작성한 코멘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 및 X-ray, 초음파 등의 영상데이터를 모두 포괄해, 그 양이 매우 방대하다.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최적화된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일상생활 데이터를 한 곳에 신속하게 모아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ICT 인프라와 빅데이터의 실시간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의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현황은 어떠한가. 활용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는 충분하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법적인 규제로 개인 건강 데이터에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2016년 8월 6일부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및 전자의무기록의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관한 기준이 제정됨에 따라 병원이 아닌 외부기관에서도 의료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기관별로 분산되어 있는 데이터를 연계할 수 없어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의료혜택의 수준을 높이고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의료 빅데이터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쌓여만 가는 의료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서말의 구슬로 남아 그 가치는 사라질 것이다. 당장은 법적인 규제로 쉽지 않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미리 마련해야 하며, 방대한 양의 의료 빅데이터를 실시간 저장, 분석, 전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트워크 속도 및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고, 의료데이터의 인증 및 보안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앞으로 통신사업자, 의료기관 및 연구기관, 관련 정부부처 등의 협의체를 통해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