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조선 협력중기 클러스터 현장을 가다 조선 일감 줄어 휴·폐업 잇따라 채용난·비용증가… 생태계 파괴 "중기 인력풀 등 맞춤정책 시급"
경남지역 문 닫은 한 조선업 협력물류업체의 부자재 물류기지가 텅비어 있다.
경남지역 문 닫은 조선업 협력물류업체 바로 옆 다른 업체의 부자재 물류기지 모습. 물류창고 적재율은 조선업 위기 직전의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최근 대형 조선사들은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현장 협력사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까지 예정돼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최근 경남 한 지역에서 만난 한 조선업 협력업체 대표 A씨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지역은 정부가 최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추진하기로 한 6개 지역 중 한 곳이다.
A대표가 경영하는 회사는 1차 협력업체라서 그나마 상황이 덜하지만 1차 협력사의 일감을 나눠 받는 2∼3차 협력사는 어려움이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원청인 대형 조선사의 고전은 이 지역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급감한 일감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 협력업체 다수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폐업했다. 한 대형 조선사와 협력해온 중소 도장업체의 수는 10개 이상에서 최근 5개 내외로 급감했다. 일감이 떨어지자 휴업하거나 공장폐쇄를 결정한 것.
경쟁 협력사가 줄어들면 그나마 일감 구하기가 수월해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핀잔이 돌아왔다. 당장 일이 있어도 채용을 더 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직원들의 과부하가 심하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조선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표현했다. 세분화되고 분업화된 조선업 특성상 선박 제조는 탄탄한 협력구조와 원활한 공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생태계 파괴는 국내 조선업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10개 이상 조선업 협력사가 모여있던 이 지역 클러스터에는 넓은 공장과 창고 부지에 설비나 제품이 없는 것은 물론 폐업, 매매 등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주변도로를 오가는 차량도 극히 드물었다. 완성된 부품들을 실어나르는 소형 트럭이 간간이 오갈 뿐이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중소기업이 폐·휴업하면 그 피해는 대형 조선사들에도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협력업체가 줄어들면 이전에 비해 제조기간이 길어지고 납품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는 비용증가로도 이어진다. 협력업체들은 그나마 최근 일감이 약간 늘어나고 납기지연에 대한 책임을 덜 묻다 보니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한 협력사 대표 B씨는 "이미 공기가 지나 일감이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도 발등의 불이다. 만기가 짧게는 30일, 길게는 45일인 약속어음으로 결제대금을 받다 보니 현금 유동성 문제도 겪는다.
한 영세 중소기업 대표인 C씨는 "약속어음을 받을 경우 직원 급여나 원자재값 결제를 위해 어음할인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런 악조건 속에 최저임금까지 올라가니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정부가 청년 일자리 확보와 급여 인상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 전용 인력풀 개발, 비숙련공 최저임금 차등 적용, 숙식비를 포함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