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중심 '폐지' 목소리 나흘만에 18만명 이상 동의해 정부, 제도 순기능 강조 '신중'
112조원에 달하는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공매도 존폐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매도 제도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가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각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공매도 제도를 비롯한 투자시스템 전반을 다시 재점검할 방침이다.
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1000건을 넘어섰고, '삼성증권의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에는 나흘만에 18만명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청원 증가속도를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이 아니라 1000주를 입력해 회사 주식 28억1000만주가 입고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하면서 이날 주가가 장중 한때 12%나 급락하며 물의를 일으켰다.
삼성증권은 직원의 입력실수 라고 해명했지만,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실물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도 가상의 주식을 발행해 매매할 수 있는 사건이 현실화한 것이어서,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유령주식 매매가 현실화 되면서,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그동안 이러한 방법으로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아온 것 아니냐며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공매도 폐해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식거래시스템의 미비와 내부통제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공매도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없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용되는 투자전략 중에 하나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데 공매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비이성적인 주가 거품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만 공매도가 가능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주가 하락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은 공매도의 주 타깃이 되며 많은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현재도 공매도 잔액이 3조2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달할 정도다.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매도 금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생겼다"면서도 다만 공매도 폐지 청원과 관련해서는 "점검 결과를 본 뒤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온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