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2등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진입했다. 1등만이 살아남고 '승자독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필자는 산화갈륨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연구회를 창립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산화갈륨 전문 학술 워크숍을 제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산·학·연 등 많은 전문가들이 산화갈륨의 중요성을 함께하고 향후 시장에서 차지할 역할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자 60여 명이 제주도에 도착해 뜻을 같이했다.
산화갈륨은 새로운 전력반도체로서 기존 실리콘이나 질화갈륨, 탄화규소 재료 대비 혁신적으로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들 재료를 바탕으로 만든 와이드 밴드 갭 기술보다 산화갈륨은 특성이 더 우수하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전기자동차 등의 소재로 다양하게 응용도 가능하다. 차세대 새로운 반도체 플랫폼으로 매우 유망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도 시작단계인 연구 분야라서 주목받는다. 그만큼 관련시장에서 선점의 기회가 많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은 산화갈륨 분야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본격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교토대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기술개발을 위해 중장기 대형 국책과제를 만들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에피 및 기판기술과 전력 소자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산업자원통상부의 지원으로 오는 2023년까지 전략적 핵심소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첫 걸음을 지난해부터 내디뎠다. 산화갈륨은 무엇보다 기존 와이드 밴드 갭 소재 대비 제조비용이 20% ~ 30% 밖에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따라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서 주목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번 제주 워크숍을 통해서도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산화갈륨 관련 연구동향과 소재, 소자 및 응용에 대해 학술적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에피기술과 소자 및 응용기술에 관한 수준 높은 논문의 발표가 있었다.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소재·소자·응용 등 분야 간 장벽을 허물고 각 분야의 연구개발 관계자들이 참석, 호응이 뜨거웠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 기술의 이해와 함께 산화갈륨 기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인재들과 진정한 기술교류의 장이 됐다.
필자는 지난 2년 동안 분주히 산화갈륨 반도체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전력반도체 국책과제 기획과 연구회 설립 등을 추진했다. 산화갈륨 기술이 다가오는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거대한 친환경 전력반도체 시장진입과 선점을 위한 최선의 기회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SiC, GaN 등과 같은 와이드 밴드 갭 전력반도체의 경우 약 60%가 기판 제조 가격인 점을 감안하면 산화갈륨 반도체를 이용할 경우 훨씬 저가의 칩 제작이 가능하다. 가령, 6~8인치 산화갈륨 기판의 경우 SiC의 10배, GaN의 100배 정도 저가화가 예상된다. 산화갈륨 반도체는 이러한 대면적, 고품질의 저가 기판 제조법 덕분으로 고효율, 고신뢰성 특성을 갖는 고성능 기기와 모듈 및 시스템을 더 작고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산화갈륨 반도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낮은 효율과 큰 덩치의 전력전자 스위치를 대체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사용과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인 것이다.
2017년 후지경제 보고서에 의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과 관련한 부품의 전력화 증가 추세로, 오는 2022년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시장규모는 85억 달러로 예측했다. 아울러, 일렉트로닉 사이언스에 따르면 차세대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오는 2020년 약 100억 원의 시장규모가 전망되며, 2025년에는 약 7031억 원의 시장규모를 보여 GaN 전력반도체 시장규모, 약 4520억 원을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산화갈륨 반도체는 현재까지 p-형 전도도 구현이 쉽지 않다. 이와 함께 낮은 열전도도 극복을 위한 새로운 구조의 디바이스 및 고방열 패키징 기술의 연구개발이 숙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우수한 물성을 살린 산화갈륨 디바이스에 대한 연구개발이 세계적으로 폭넓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산화갈륨 디바이스는 세계적인 과제인 에너지 절약 문제에 직접적으로 공헌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창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전력반도체에 활용되는 새로운 기술이나 전력기기에 쓰이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산화갈륨 반도체 플랫폼을 이용해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