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절망의 늪에 빠져버렸다. 환경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4조가 넘는 엄청난 예산을 경유차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후 석탄화력 5기의 가동을 일시 중단시켜버린 산업부의 대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멀쩡한 원전 10기를 세워놓고 LNG발전소 가동을 확대해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 저감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확한 현황과 원인을 파악해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진단을 잘못하면 백약이 무효가 돼버린다. 그런데 계절· 시각·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세먼지의 상황과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경유차와 석탄화력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와 산업부의 고착화된 인식도 근거가 빈약한 것이다.
미세먼지에는 '비상저감대책'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단 미세먼지가 나쁨 상황으로 악화되고 나면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떤 '행동'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무기력한 희망일 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시가 비상대책으로 하루 50억을 공짜 대중교통에 쏟아 부었지만 미세먼지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이미 발생한 비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연뿐이다. 강한 바람이 불거나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미세먼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의 예산을 노리는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 해결에 투입되는 예산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기업과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성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고, 실패하더라도 온갖 변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한 해결책을 선택해서 투자를 시작하면 이기주의는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된다. 다른 가능성은 철저하게 차단된다. 그래야만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관료주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저감 기술 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의 학자적 양심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무망한 것이다. 특정 부처의 연구개발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피아'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가 제한된 원인과 한정된 기술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연구개발이 지나치게 패쇄적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개발과 저감 사업을 확실하게 개방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독점에 의한 손실보다 개방에 의한 낭비를 감수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미세먼지는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대규모 공장이나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과 경유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나 트럭의 배기구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용 소형 가스 보일러와 CNG 버스와 LPG 택시에서 배출되는 미세·초미세 먼지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도로·공사현장·나대지 뿐만 아니라 농사를 시작하기 직전의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날림(비산)먼지의 양도 엄청나다. 2012년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절반이 날림먼지였다. 정확한 측정이나 추정이 어렵고,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날림먼지를 통째로 무시해버리면 미세먼지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지나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서해를 건너지 못하고 바람에 날려서 흩어져버리는 미세먼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주에는 태평양에서 서해를 따라 올라오는 강한 남풍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시켜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기 상태는 최악이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된 원전을 포기할 수도 없다. 원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패배주의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억지다. 안전 강화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