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청구
의료계 "경영진엔 면죄부" 반발
경찰 "관행 묵인·지도감독 위반"

경찰이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서 발생한 신생아 4명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감염관리 시스템 부실로 인한 사건에 대해 특정 의료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씌우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는 주장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당선인은 3일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도 잇달아 성명서를 내고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 2명과 간호사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측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사유로 위법한 관행을 묵인·방치하고 지도·감독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중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감염관리 및 병원운영 시스템의 부실과 보건의료정책의 허점이 낳은 총체적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 신청은 보건당국이나 병원 경영진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의료인들에게만 관리 감독의 의무를 지우려는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이다. 최 당선인은 "신생아 사망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연 교수 2인이 의도적으로 감염을 일으켜 환자를 죽게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 영장이 발부되면 앞으로 의료현장에선 주의의무 회피노력만 가중돼 정작 중요한 환자의 생명권 보호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특정 의료인만의 책임으로 지목돼 실형이 선고된다면 미흡한 감염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계기가 되기보단 중환자실에 대한 진료 위축과 근무 기피 현상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대한신생아학회와 대한중환자의학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수련 전공의들은 중환자 진료에 점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증 환자 치료의 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며 "종합 병원의 고질적 문제였던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들의 사직과 이직은 가속화 되고 있고 그 공백은 갓 대학을 졸업한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현재 구속영장 심사 중인 의료인에 대한 구속 및 형사 처벌이 현실화 될 경우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 부족에 더해 기존 중환자 의료 인력의 이탈이 우려된다"며 "현재 진행중인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이나 투자 부족을 눈감고 의료진의 처벌만으로 덮는다면 언제든 제2, 3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인 입장에선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병원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사건의 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제도적 문제 또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의료진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유죄판결로 확정되지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불구속 수사,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사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재단하는 현 사회적 분위기에 영합한 영장 신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속영장을 철회하라"며 "감염관리시스템과 병원운영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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