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혁신의 아이콘이 된 에스토니아는 1990년대초 소련(현 러시아)에서 독립한 인구 130만명에 천연자원도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독립할 당시에 전화기 보유 가정이 절반이 안 됐을 정도로 정보통신 인프라나 IT와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자원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에스토니아는 이런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2001년 국가의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엑스로드(X-Road)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시작한다. 엑스로드는 정부 주도로 도입된 국가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으로 에스토니아에서 400개의 기관 및 기업이 이를 이용하고 있고 수십 개의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되며 공공 기록과 데이터는 물론 금융과 통신에 등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도 엑스로드를 통해 통합 관리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인 아이디를 발급 받고 개인인증정보가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주민증인 E-ID를 통해 약 2000개가 넘는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최초로 전자영주권 제도인 이레지던스(e-Residency) 제도를 2014년 말에 도입했는데 이레지던스를 발급받으면 에스토니아 내 디지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법인 설립 및 관리, 계좌 개설, 세금 신고 및 납부, 디지털 서명을 이용한 모든 계약 등이 가능하다. 즉 사이버 세계에 가상의 영주권을 주고 세계 어디서나 에스토니아 사이버 영토에서 바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도입 3년 만에 전세계 150여 개국에서 수 만 명이 신청해 받았고 이레지던스 소유자들이 창업한 회사는 수천여개가 넘는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법인을 설립 하거나 계좌를 설립하기가 까다롭지만 이레지던스만 있으면 20분 만에도 법인 설립을 완료할 수 있다. EU에서 이렇게 빠르고 간편하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에스토니아 뿐이다.
미국의 나스닥은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스를 가진 주주에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고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아마존, 이베이 등은 인증기반이 미약한 제3세계 국가 국민 중 에스토니아의 이레지던스를 가진 사람들은 쉽게 전자상거래를 하게 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명실공히 이레지던스가 글로벌 사이버 상의 신분증 역할을 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차원의 가상화폐인 에스트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동시에 에스토니아의 개별 기업들이 주식 대신 코인을 발행하는 것에 맞춰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레지던스를 가진 사람에 한해 가상화폐발행투자유치(ICO) 등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에스토니아의 혁신적인 환경 속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여럿 탄생했는데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기업인 스카이프, 세계 최대 개인 간 국제송금업체인 트랜스퍼와이즈 등이 있으며 현재도 전세계의 스타트업 기업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에스토니아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레지던스는 사이버 영주권으로서 이중국적이나 에스토니아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거나 정식 이민이나 영주권 발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전세계에서 최초로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스 수령센터를 서울(남대문 근처)에 문을 열어 에스토니아까지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서울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필자가 최근 신청해보니 10분이면 신청이 완료되며 증명사진과 본인의 여권사진 그리고 카드수수료 포함 101.99 EUR(13만∼14만원)이 소요됐고 포털을 검색하면 영어울렁증이 있어도 누구나 쉽게 신청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제 국력이 단순히 인구, 영토, 자원의 크기로 결정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간다. 스스로 개방하고 혁신하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만이 지속 성장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예비창업자가 이레지던스를 통해 국내를 뛰어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