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룡기업 겨냥 세제개편
국내선 통상문제 걸려 제자리

[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유럽연합(EU)이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겨냥한 세제 개편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통상 문제 등에 걸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U는 21일 온라인을 통해 사업하는 디지털 업체들에 대해 현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새 세제안을 내놨다. EU 회원국에 등록된 법인이 없더라도 온라인 사업으로 700만유로(9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1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온라인으로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법인세 세율이 낮은 나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을 막아 공정한 세금을 내게 하려고 이 같은 세제안을 구상하게 됐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EU는 디지털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동안 법인세 관련 규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많은 이윤을 내면서도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EU는 이런 방안을 제시하면서 임시조치로 전체 연간 수익이 7억5000만유로(9750억원 상당)를 넘거나, 유럽에서 5000만유로(65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3%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3%의 세금이 부과되면 일 년에 50억유로의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게 EU 집행위원회의 추정이다. 새 세제안이 최종 도입되려면 28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유럽에서 일명 '구글세'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계류 상태다. 세법상 서버 등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는 기업만 세금을 내도록 한 현행 법인세법으로는 해외 IT 기업들이 국내에서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과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꾸려 과세 문제 등 외국계 인터넷 기업 관련 역차별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해 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으로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기획재정부의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현지 법인의 매출액과 세금납부 현황이 담긴 '국가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인세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실제 과세가 가능하고 역차별 해소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히 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게 조세 형평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발 빠르게 움직여 해결책을 마련하는 EU와 달리 우리는 강대국들과 통상 문제 등을 이유로 눈치만 보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IT업체들이 해외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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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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