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기념일·주총 불참할듯
주요 계열사도 특별한 행사 없어

삼성이 조용한 '창립 80주년'을 보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5일 출소한 뒤 경영 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2일 창립 기념일 행사에도, 23일 정기 주주총회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22일 오전 창립 80주년 기념 영상을 방영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모태 기업인 삼성물산도 올해는 정기 주총 외에는 다른 행사가 없다.

80주년 기념 영상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었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창업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기와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별로 올해 봉사활동에 창립 8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달자는 논의가 있긴 했지만, 80주년을 기념하는 별도의 대규모 봉사활동은 없다고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은 1990년대 이후 10주년 단위로 내·외부 현안이 발생하면서 기념일을 챙기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원래 삼성의 창립 기념일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38년 삼성상회를 설립한 3월 1일이었지만, 1988년 이건희 회장이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 창업을 다짐하면서 창립 기념일을 3월 22일로 바꿨다.

하지만 이후 60주년이던 1998년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70주년인 2008년에는 삼성특검 수사로 기념행사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별도의 기념행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삼성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장소통간담회'를 진행하며 LG와 현대차, SK를 만났지만, 아직 재계 1위인 삼성에는 찾아가지 않고 있는 점 역시 현 정부의 삼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결과로, 이 역시 이 부회장이 직접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면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총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침체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삼성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작년 말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선대 회장님 못지않은 훌륭한 기업인이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어떤 경영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다"며 "평소 조용한 성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최소한 격려의 메시지라도 전한다면 조직 사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복귀했음에도 투자나 채용, 사업전략과 관련한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삼성 고위 인사들은 이 부회장을 만나 경영현안을 보고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풀려난 이후 삼성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여러 상생경영 방침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타이밍을 놓친 분위기"라며 "반도체 이후 성장동력이 불투명하고 여기에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이 삼성을 겨냥하는 상황에서 선장인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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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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