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엔터테인·금융·소재 순 건수도 100건으로 4배이상 급증 "한국 IT·강소기업에 투자 강화" 기술·인재 유출 등 부작용 우려
지난 5년 간 중국 기업이 국내 하이테크 기업을 가장 많이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금융, 소재, 헬스케어 등의 순으로 관련 기업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글로벌 기업 사냥에 나선 레드 캐피탈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기업 인수합병(M&A)은 지난 2003∼2007년 24건에서 2013∼2017년 100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건수는 늘었지만, 같은 기간 건당 거래금액은 1억4200만 달러에서 4600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톰슨 로이터 M&A 데이터베이스에서 중국(홍콩·마카오 포함) 국적 기업의 중국 이외 국적 기업에 대한 일부 지분 인수를 포함한 M&A 완료 건수 5335건을 조사해 이 같은 수치를 도출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3~2017년 동안 중국기업의 한국 하이테크 기업 인수합병 비중이 22%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19%, 금융 9%, 소재 8%, 헬스케어 6% 등으로 집계됐다.
연구원 측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준을 높게 평가해 IT와 강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게임업체 샨다는 국내 유명 게임개발사 액토즈소프트를 2004년, 아이덴티티게임즈를 2010년에 인수했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연예·방송 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등으로부터 8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난 5년간 8건의 소재 산업 분야 M&A 가운데에서는 화학공업 기업 인수건이 절반(4건)을 차지했다.
한편 한국기업을 포함해 중국 기업의 총 M&A 건수는 2003~2007년 778건, 2008∼2012년 1454건, 2013~2017년 197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아시아 기업 M&A 비중이 2003~2007년 59%에서 2013~2017년 37%로 낮아진 반면 유럽 기업 비중은 15%에서 33%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 소비가 고도화되는 추세에 따라 2013~2017년 헬스케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필수 소비재 산업에 대한 기업 M&A가 크게 늘었다.
지난 19차 당 대회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 시진핑 2기 정부는 '중국제조 2025 정책'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에 선진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 M&A에 나설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기업은 정부 지원 아래 해외개척, 자원, 프리미엄 브랜드, 선진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2017년 다소 주춤했던 중국의 글로벌 M&A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의 한국 기업 M&A는 재무 구조 개선, 중국 시장 진출 통로 확보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기술·인재 유출, 경쟁사 경쟁력 강화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