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중 작년 16.1%로 확대 중소·중견기업 산업구조도 취약 보호무역 강화 … 불확실성 고조 작년 대미수출 3.2% 증가 그쳐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큰 '효자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반도체 호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방침에 유럽연합(EU)이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대미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주요 대외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18일 산업은행의 '반도체 수출 편중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 경기 침체기로 접어들면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9.0%에서 2017년 16.1%로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보고서는 세계 반도체 거래액이 1% 변동할 때 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0.09%포인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반사이익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만 집중되고, 여타 반도체 중소기업 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과제다. IBK경제연구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43%에 달하지만 관련 중소·중견기업은 3~4%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반도체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2~3년 안에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한국의 수출 구조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 무역 동향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무역전쟁은 갈수록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걸려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시작된 관세 폭탄 파고가 결국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 아르헨티나 주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고군분투 중이지만 지정 예외국 포함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녹록치 않은 현실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인해 올해 대미수출 감소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약 0.3% 내외로 추정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보호무역조치는 그 절차가 시작된 이후 약 3년 정도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총재는 "미 행정부의 철강 수입제한 조치가 원안대로 확정되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더욱 강화되면 우리 수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이 급격히 줄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출은 15.8%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686억 달러로 3.2% 늘어나는데 그쳤다. FTA 발효 후 대미 교역 증감률이 매년 세계 교역 증감률을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특히 대미 수출 상위 3대 품목인 자동차(-6.4%)·무선통신기기(-17,4%)·자동차 부품(-16.1%) 저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