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또는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하는 논쟁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문제의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 같다.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 탄생과 4차 산업혁명 관련 R&D 투자, 우리사회의 쏠림 현상이 이 논쟁을 멈추게 한 요인이다. 그 결과, 빠르고 쉽게 우리가 개척해야 할 미래를 대충 모호하게 결정해 버린 느낌이다. 달성할 목표가 있어서 투자할 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할 돈이 있으니 눈앞의 목표를 정해버린 것이다.

우리사회는 과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정답이 있는 문제 풀이 주입식 교육만 받던 학생들이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정의하는 교육을 받게 될 때 난처해하는 모습을 나는 수없이 경험했다. 이런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교육 방법의 변화가 필요한지를 그들이 동의할 때까지 오랜 시간 준비하고 설득해야만 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준비와 설득과정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어서 마치 난처해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사회는 희생을 동반하는 혁명적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한 또는 살아남은 집단의 이익구조 때문에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노력과 투자,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미국의 아마존(Amazon)이라는 기업으로부터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아마존이 만들어내는 파괴적 변화는 그동안 이익을 누려온 수많은 집단을 사라지게 만들고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회혁명이다. 혁명을 위해서는 기득권과 기존의 이익구조를 파괴하는 것이 필연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낡은 것도 잘되고 새로운 것도 잘 되길 바라고 있다. 즉 불가능을 꿈꾸고 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공급자의 이익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보다 더 중요한 후진 사회다. 교통, 숙박, 농업, 교육, 의료, 건강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를 더 배려하는 사업모델이 공급자들에 의해서 거부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저 구호와 이벤트에만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추진 목표를 올바르게 계획했는가? 안타깝게도 그동안 추진해 온 수많은 기술혁신(자율주행차, 3D Printer, IOT, 로봇, AI, 스마트 팩토리 등)의 내용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 프레임을 가득 채웠다. 이것은 포장만 바꾸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은 Cyber-Physical System(CPS)이라는 사회 구조 혁신을 더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사회 갈등을 대비하는 노력보다는 무난한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 먼저, 낡은 과거를 파괴를 위해서 더 준비하고 설득해야 한다. 왜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지? 왜 기존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그리고 참여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이익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영원히 3차 산업혁명의 내용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이라고 우기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지혜를 모아서 올바른 목표를 정해야 한다. 지혜를 통해서 희생을 포함하는 변화 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목표는 사회 각각의 분야에서의 명확한 Before-After의 그림을 의미한다. Before(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올바른 After(미래)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개인이 존중받는 새로운 CPS 사회 구조는 After의 핵심내용이며 기술혁신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세 번째,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법정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우리 세대는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의 복지비용 부담이 그들의 몫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의 공급자 중심 사회에서 개인, 소비자 중심사회로의 전환도 우리 세대에서 해결해서 그 갈등 구조를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제시하는 경쟁력 있는 인간중심의 미래사회가 바로 우리가 만들어서 물려줘야 하는 미래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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