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 들어 삼중고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 애플 등의 판매 부진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2.1% 감소한 6조2091억원, 영업이익은 89.1% 감소한 111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2조원 대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1분기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주력 제품인 LCD 가격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BOE 등 중국 LCD 제조사들이 대형 공장을 가동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가격이 하락세인 데다, TV 수요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32인치형 LCD 패널 평균가는 지난해 7월 71달러에서 올해 1월 64달러까지 9.9% 내렸다. 2월에는 63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55인치 대형 LCD 패널 가격 역시 지난해 7월 203달러에서 올해 1월 176달러까지 13.3%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액에서 LCD 비중이 90%에 달하는 만큼 LCD 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LCD 사업 위주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함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고 있는 점도 실적에 부담이다.
여기에 환율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 1분기는 정말 상황이 어렵다"며 "2분기와 올 하반기도 전망이 썩 밝진 않지만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올 1분기에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애플 아이폰X용으로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X 수요 부진에 따라 애플이 생산 물량을 줄일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1분기 이 여파를 그대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약 6000억~7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인 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다만 하반기부터 애플 차기작 생산에 따른 설비 가동, 갤럭시S9 등 신제품 판매량 증가 등이 예상돼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충남 아산에 짓고 있는 OLED 공장 A5의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1만5000장 규모의 중소형 OLED 생산라인 신설을 9개월 이상 연기하는 등 중소형 OLED 사업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우려했던 것보다 실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중국 업체가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와 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비용을 줄이는 등 묘수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