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에 각각 '조건부 신규지원'과 '법정관리'를 언급했다. 한국지엠은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재차 한국을 찾으면서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금호타이어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3차례 면담한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지엠의 원가구조를 확인하고, 자구계획을 검토한 뒤 회생이 가능하면 뉴머니(신규 자금 지원)를 검토하겠다고 조건부 구두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GM 본사가 한국지엠에 대출해준 돈과 관련한 유상증자에 대해선 재차 "한 푼도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회장은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 과정에서 (한국지엠 측이) 굉장히 민감한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어 실무진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GM이 자구계획을 마련하면 한국지엠이 생존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내부 원가구조, 비용구조를 살펴볼 것"이라고 정부 실사 시기가 늦어지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엥글 GM 사장은 지난 7일 다시 입국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착 상태인 한국지엠 노사 임단협이나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한국 정부·산업은행의 한국GM 실사 등 구조조정 관련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또 법정관리를 언급하며 금호타이어 노조를 압박했다.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과 해외 매각에 대해 "채권단의 상환 유예가 끝나면 금호타이어의 유동성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며 "법원 절차에 의존하는 것은 제 의지 차원을 넘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기한 내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 이행 합의서를 제출할 것을 금호타이어에 요구한 상태다.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의 채권을 올해 말까지로 상환 유예하기로 한 채권단 결정이 무효가 돼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해외매각에 반대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은은 처음부터 지금껏 중국 더블스타만 고려했고, 금호타이어 노조는 계속 국내 매각을 주장했다"며 "법정관리는 부채라도 정리되기 때문에 차라리 그 편(법정관리)이 낫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