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유예기간 번 STX조선
중국업체와 경쟁서 생존 불투명
"자구책 내놔도 추가지원 없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8일 오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첫번째),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세번째) 등이 참가한 가운데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성동조선에는 법정관리를, STX조선에는 고강도 자구노력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8일 오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첫번째),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세번째) 등이 참가한 가운데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성동조선에는 법정관리를, STX조선에는 고강도 자구노력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그동안 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결정했고, 6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STX조선은 한 달 간 유예기간을 주고 자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약 20조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부나마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구조조정이 되지 않으면서 자칫 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STX조선은 한 달 내 고강도 자구 노력안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생존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보유 현금이 거의 없고, 수주 잔량도 작년 말 기준 5척에 불과해 법원이 청산을 결정할 것이 유력하다. 그나마 STX조선은 지난 법정관리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올해 2월 말 기준 1475억원의 가용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16척의 수주물량이 남아있어 회생 기회를 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달 안에 인력을 40% 이상 줄이는 내용의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 STX조선에 회생 기회를 준다고 해서 다시 예전 조선사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본격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정부와 국책은행 등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에다 출자 전환까지 포함하면 거의 2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투입됐지만, 일자리 창출은커녕 여전히 이들의 생존 자체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국 조사업체 클락슨은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278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2322만CGT)보다 19.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선사들의 풍부한 발주 수요와 인건비 경쟁력 등을 갖추고 있어 벌크선 등 범용 시장에서는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의 경우 발주가 늘어나면 LNG선이나 초대형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 우위가 있어 어느 정도 수혜와 실적 회복을 낙관할 수 있다"며 "중소 조선사의 경우 현재 중국 등 후발업체와 비교해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일감을 따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조선업황 회복을 기대하며 대우조선해양에만 10조원 이상,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각각 6조원, 4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결국 이 돈을 투입해 늘어난 일자리는 단 하나도 없다. STX조선은 자율협약 체제 때부터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2013년 8600여명이던 직원이 현재 1400여명으로 줄었고,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올해 역시 고강도의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이 고강도 자구노력을 이뤄내더라도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 회사를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능력이 안 된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이 돼야 경쟁력 있는 중소 조선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20조원의 세금을 투입해 시간을 벌었지만,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며 "수년 전에도 여러 여건 상 국내 조선사는 3곳 정도가 적절하고, 그 이상은 성장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었고, 진작 합리적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면 이 같은 세금낭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남 통영과 전북 군산 지역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 편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추경 가능성까지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역 자금난 완화를 위해 우선 약 24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신속히 지원하고 이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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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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