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안과 의료장비 평가 기술 나왔다

이상원 KRISS 책임연구원 개발
광학 성능 측정 '표준 안구팬텀'
수입의존 장비 국산화 길 열려

국내 연구진이 안과 의료장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해 의료기기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이상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대표적인 망막 진단장비인 '광간섭단층촬영기(OCT)'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 안구 팬텀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팬텀은 의료영상기기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인체 대신 장비에 삽입해 측정의 기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눈의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핵심 조직이지만, 두께가 0.5㎜ 미만으로 한번 손상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같은 안과질환을 늦게 발견하면 실명까지 초래하는 원인도 얇고 손상에 취약한 망막의 특징 때문이다. OCT는 이런 안과질환을 진단하고 치료경과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망막 단층촬영 장비로, 현재 안과 의료영상장비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OCT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도 광학적 성능을 평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산제품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통합인증(CE) 등의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두께와 길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안구팬텀을 개발했다. 안구팬텀을 실제 안구 대신 OCT로 촬영하면 장비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평가방법을 통해 국내 안광학 의료기기 전문기업 휴비츠가 개발한 OCT는 식약처,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 FDA 승인을 진행 중이다.

이상원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표준 안구팬텀으로 OCT 평가체계가 확립되어 장비 국산화의 길이 열렸다"며 "앞으로 표준화를 통해 양질의 의료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