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정예린 기자]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요금 할인을 내세우며 격돌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를 앞세운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이 높아지면서 이통사들이 직접 요금 인하라는 전략적 우회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SK텔레콤이 약정제도에 대한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통사 간 요금할인 전쟁이 재점화됐다. 지난달 22일 LG유플러스가 8만8000원에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은 지 보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이날 SK텔레콤의 개편 사항 중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이통사 중 최초로 선택약정 할인반환금(위약금) 구조를 개편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약정 기간의 절반을 채운 시점부터 할인반환금이 줄어 만료 시점엔 0원에 수렴해 약정기간을 남기고 해지했을 때 부담이 적어지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약정을 맺지 않아도 요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무약정 플랜'도 출시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이통사에서 고가요금제를 강권한다는 일부의 인식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지난 2월부터 T월드 전 매장에 고가요금제 유도를 차단하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요금제를 추천하는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새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시사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의 신규요금제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업계의 시각도 있지만, SK텔레콤은 이를 반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신규 요금제는 고가 요금제 사용자에 맞춰져 있다면 우리는 전 사용자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통사 간의 본격적인 요금 할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약정제도 개편과 함께 SK텔레콤이 발표한 선택약정 사용자가 재약정 시 할인반환금을 유예하는 제도는 LG유플러스가 지난 1월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무약정 사용자에 대한 프로그램도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1월 아이폰X(텐) 출시에 맞춰 동일 요금제에서 다른 이통사에 대비해 2배의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약정 사용자에 대해 사실상의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건 우리가 최초"라고 반박했다.
요금할인 경쟁의 불꽃을 쏘아 올린 LG유플러스는 MWC에서 권영수 부회장이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부담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잇따른 요금 할인 소식에 KT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KT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며 일부 자료가 돌기도 했지만, KT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검토 중인 요금제는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요금할인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로 새로운 통신 세대가 등장하기 전에 통신사들이 많이 쓰는 전략"이라며 "정부의 강압적인 요금인하를 방어하기 위한 자율적 혜택 강화의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