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연구자가 3D 레이저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산화물 분산강화 합금' 제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항공기 엔진이나 가스터빈 부품 등과 같은 고온의 열에서 오래 견딜 수 있는 핵심 부품 소재를 3D 레이저 프린팅 기술을 통해 쉽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3D 레이저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성능은 높이면서 빠르게 '산화물 분산강화(ODS)' 합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산화물 분산강화 소재는 내열이 필요한 모든 금속 재료에 고온에 강한 산화물을 섞어 만든 합금이다. 고온에 강한 특성으로 비행기 엔진, 원자로 부품, 가스 터빈, 미사일 노즐 등 고온 강도와 내열성이 요구되는 국방,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 등에 널리 쓰인다.
기존 산화물 분산 강화 합금은 금속과 산화물을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섞은 후 추가적인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제작 단계부터 강화 공정을 통해 강도를 크게 향상시킨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역제조 공정을 적용해 해결했다. 최종 제품을 먼저 만든 후 제품 금속 표면에 산화물 입자를 입히고, 3D 프린터의 레이저 열원으로 금속을 녹임과 동시에 산화물 입자를 혼합·냉각시켜 금속 내부에 내열층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산화물 분산 강화 합금을 제작했다.
이 방식을 통해 산화물 입자를 금속 내부에 고루 분포시키면서 가공 시간과 비용을 기존보다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부분만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적용해 핵연료 피복관을 만든 결과, 1200℃의 고온에서 피복관에 변형이 일어나지 않아 핵연료 안전성을 5배 가량 높일 수 있었다. 수소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달리 원자로 내 수소 발생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 등에 특허등록을 받았다.
김현길 원자력연 핵연료안전연구부 박사는 "앞으로 사고 저항성 피복관 개발과 함께 국방, 항공우주 등 산업 전반에 보다 많이 쓰이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