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보다 작은 1~2인승 '초소형차'가 비로소 맘껏 달리게 됐다. 뒤늦게나마 국가 자동차 분류체계에 초소형차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서다.

세계적인 주차난과 교통난 심화로 수년 전부터 초소형차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1999년에 멈춘 자동차 분류체계 탓에 초소형차를 수용하지 못했다. 당연히 기업도 초소형차 개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낡은 법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20년 만에 자동차 분류체계를 손질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시행 예정은 6월이다.

앞으로 초소형차는 경차의 하위 범주로 분류된다. 경차는 배기량 1천cc,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가 상한선이다. 초소형차는 길이와 높이는 같지만 너비는 0.1m 좁고, 배기량은 250cc(전기차 15kW)가 한도다. 중량은 600kg, 속도는 80km/h로 제한된다.

초소형차는 취·등록세 면제, 통행료와 주차비 할인 등 경차와 혜택이 같다. 초소형 전기차는 국가 보조금 450만 원,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200만~500만 원을 받아 총 650만~95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초소형차는 주차가 쉽고 천장과 문이 달려 오토바이보다 안전하다. 전용 충전기가 필요한 일반 전기차와 달리 가정용 콘센트로도 충전된다.

수요가 가장 큰 업종은 배달이 꼽힌다. 최근 우체국은 올해 1천50대, 내년 4천 대, 내후년 1만 대의 초소형차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앞장서 초소형차 육성에 나섬에 따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초소형차 개발에 뛰어들 태세다.

다만, 업계는 안전문제에 따른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금지방침에는 불만이 크다. 규모가 큰 출퇴근용 초소형차 수요를 무시한 '반쪽 규제개혁'이라는 논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19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을 마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청계광장 일대에서 우편물류 분야 친환경 전기차의 도로주행을 체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19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을 마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청계광장 일대에서 우편물류 분야 친환경 전기차의 도로주행을 체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국내 시장 1호 초소형차는 르노삼성이 작년 6월부터 판매한 '트위지'다. 2015년 수입이 추진됐지만, 외국의 자동차 성능시험 통과를 조건으로 한 특례조항이 신설되기까지 2년이 미뤄졌다. 현재 경차로 분류돼 있고 작년 말까지 691대가 팔렸다.

2012년 출시된 트위지는 유럽에서만 2만 대 넘게 판매됐다. 1회 충전에 55km를 달릴 수 있고, 1kWh당 연비는 16km로 일반 전기차의 두 배가량이다. 보조금을 감안한 실구매가는 600만~900만 원이다. 에어컨, 히터, 창문이 없지만 자동차관리법이 시행되면 창문은 달아야 한다.

골프카트와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카트'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키운 중소기업 대창모터스의 '다니고'는 최근 국산차 최초로 국토부 인증을 통과했다. 다니고의 주행거리는 트위지의 갑절 수준인 100km이고, 에어컨과 히터가 달렸으며 창문도 있다. 실구매가도 540만~840만 원으로 더 저렴하다.

초소형차의 판로는 이채롭게도 온라인과 마트다. 자동차도 생필품 쇼핑을 하듯 가볍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여겨진다.

다니고는 올 1월 온라인쇼핑몰 티몬을 통해 100대 한정 판매를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물량이 동났다. 부랴부랴 200대를 추가했지만 또 한나절 만에 모두 팔려, 최근 2차 판매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중소기업 쎄미시스코가 수입한 중국 쯔더우의 'D2'를 판매 중이다. 유럽과 중국에서 4만여 대가 팔린 D2는 주행거리가 150km로 가장 길고, 실구매가는 1천250만~1천550만 원이다. 쎄미시스코는 자체 개발한 'R3' 'U4'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초소형차를 포함해 전기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개인 이동수단) 등을 전시·판매하는 'M라운지'를 7개 점포에 설치했다. 매출은 2016년 10억 원에서 지난해 20억 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M라운지를 20여 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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