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NIPA-세이퍼존 갈등
보고서 하자 이유로 사업 제한
실제 결과물은 상용화 이뤄져
업체 "문서로만 판단 부적절
행정소송으로 부당함 호소"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R&D사업 평가에 심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공모로 선정된 기업의 R&D개발 사업이 완수된 후 실제에 적용돼 성공적으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최종보고서 작성 상의 하자를 들어 사업이 실패했다는 낙인을 찍고 해당 기업에 대해 R&D 사업 2년 참여제한과 사업비 60% 환수라는 중벌이 내려졌다.
1일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민간기업 세이퍼존(대표 권창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세이퍼존이 지난 2015년 공모에 선정돼 수행한 클라우드기반신서비스개발과 SW자산재개발지원사업에 대해 개발GUI 화면 및 개발내용이 60% 이상 동일하다며 행정처분 통지를 내렸다. 과기정통부와 NIPA는 세이퍼존이 수행한 2개의 지원과제 최종결과보고서에 적시된 각 기술문서명과 개발파일이 동일하다며 양 사업은 중복 또는 표절된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 R&D사업 참여제한 2년, 사업비 5160만원 환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세이퍼존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업 공모의 전제에 기존 SW 활용을 명시
세이퍼존이 수행한 사업에 대한 중복문제는 과기정통부 NIPA 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두 사업이 종료된 후 2016년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NIPA 감사에서 두 사업의 최종보고서 상 첨부한 파일이 똑같고 문구가 60% 정도 같다고 봐 중복 또는 표절이라 판단, 제재를 요구했다. NIPA는 이후 1년여에 결처 제재를 위한 평가위원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열었다.
평가위원회는 매번 최종보고서만을 갖고 평가회의를 했고 실제 산출물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세이퍼존이 수행한 클라우드기반신서비스개발사업은 국내 모 이통사가 채택해 현재 상용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며, SW자산재개발지원사업은 패치프로그램 등 배포장비라는 하드웨어로 개발돼 현재 모 대기업과 H대학에서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보고서 상 적시된 파일명과 문구가 같다며 중복 또는 표절이라고 단정내린 것이다.
최종 보고서상의 문구가 같은 데에 대해서는 세이퍼존도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세이퍼존은 최종보고서 작성자가 실수를 했다며 그에 합당한 제재에 대해서는 수긍을 했다. 하지만, 일부 첨부 파일 또는 소스코드가 같은 데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최종보고서 문구 중복은 인정, 최종산출물은 전혀 달라
두 사업은 공모 내용에서부터 '기존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개발', '자사가 보유한 제품 서비스를 재개발 및 신사업화 하고자 하는 국내 SW기업 및 기관'이라고 못박고 있다. 기존 회사에서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즉 두 사업은 김치를 갖고 김치전을 만드는 것과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세이퍼존은 클라우드사업은 타 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자산재개발사업은 잠재적 기술수요 및 시장성이 있는 SW자산(기술·제품)의 탐색·발굴 및 수요처 연계 등 SW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장 환경 조성이 취지인 바, 두 사업은 모두 '기존 SW제품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타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기존 SW제품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든가, 잠재적 기술수요·시장성이 있는 기존 SW자산(기술·제품)을 탐색 및 발굴해 SW기술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두 사업의 최종적이고 본질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두 사업의 애초 취지와 목표가 달성돼 서로 다른 최종 산출물로 이미 실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중복 및 표절을 판단할 때는 최종산출물을 갖고 판단해야지 단순 문서인 최종보고서만을 토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판단 기준, 문서 아닌 최종산출물인 '실물'이 돼야
세이퍼존의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와 NIPA는 사업 평가과 제재 평가는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하는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관리규정'에는 최종보고서만을 갖고 평가하라는 어떤 규정도 없다. 오히려 '현장실태조사 및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세이퍼존에 대한 5회에 걸친 평가위원회는 현장실태조사, 즉 실체 산출물의 실제 적용환경에 대한 현장 조사나 산출물의 실험 및 시험 등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담당 과장과 NIPA의 담당 팀장들도 실제 산출물이 현실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서 상의 동일한 소스코드 게재와 동일한 문구를 들어 중복 또는 표절이라는 중벌을 내린 것이다.
SW업계는 최종보고서 위주의 이른바 '탁상 평가'와 과기정통부의 '탁상 감사'에 대한 개선의 여론이 일고 있다. 한 SW개발업체 대표는 "사업 평가위가 텍스트만을 갖고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평가위가 민간인으로 위촉되지만 기술적 자질과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느냐도 의심이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세이퍼존 권창훈 대표는 "최종 보고서 상 작성의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제재는 받아야 하지만, 최종 산출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텍스트만으로 판단해 전체 사업을 중복 또는 표절이라고 낙인 찍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에서 부당함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보고서 하자 이유로 사업 제한
실제 결과물은 상용화 이뤄져
업체 "문서로만 판단 부적절
행정소송으로 부당함 호소"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R&D사업 평가에 심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공모로 선정된 기업의 R&D개발 사업이 완수된 후 실제에 적용돼 성공적으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최종보고서 작성 상의 하자를 들어 사업이 실패했다는 낙인을 찍고 해당 기업에 대해 R&D 사업 2년 참여제한과 사업비 60% 환수라는 중벌이 내려졌다.
1일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민간기업 세이퍼존(대표 권창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세이퍼존이 지난 2015년 공모에 선정돼 수행한 클라우드기반신서비스개발과 SW자산재개발지원사업에 대해 개발GUI 화면 및 개발내용이 60% 이상 동일하다며 행정처분 통지를 내렸다. 과기정통부와 NIPA는 세이퍼존이 수행한 2개의 지원과제 최종결과보고서에 적시된 각 기술문서명과 개발파일이 동일하다며 양 사업은 중복 또는 표절된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 R&D사업 참여제한 2년, 사업비 5160만원 환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세이퍼존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업 공모의 전제에 기존 SW 활용을 명시
세이퍼존이 수행한 사업에 대한 중복문제는 과기정통부 NIPA 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두 사업이 종료된 후 2016년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NIPA 감사에서 두 사업의 최종보고서 상 첨부한 파일이 똑같고 문구가 60% 정도 같다고 봐 중복 또는 표절이라 판단, 제재를 요구했다. NIPA는 이후 1년여에 결처 제재를 위한 평가위원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열었다.
평가위원회는 매번 최종보고서만을 갖고 평가회의를 했고 실제 산출물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세이퍼존이 수행한 클라우드기반신서비스개발사업은 국내 모 이통사가 채택해 현재 상용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며, SW자산재개발지원사업은 패치프로그램 등 배포장비라는 하드웨어로 개발돼 현재 모 대기업과 H대학에서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보고서 상 적시된 파일명과 문구가 같다며 중복 또는 표절이라고 단정내린 것이다.
최종 보고서상의 문구가 같은 데에 대해서는 세이퍼존도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세이퍼존은 최종보고서 작성자가 실수를 했다며 그에 합당한 제재에 대해서는 수긍을 했다. 하지만, 일부 첨부 파일 또는 소스코드가 같은 데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최종보고서 문구 중복은 인정, 최종산출물은 전혀 달라
두 사업은 공모 내용에서부터 '기존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개발', '자사가 보유한 제품 서비스를 재개발 및 신사업화 하고자 하는 국내 SW기업 및 기관'이라고 못박고 있다. 기존 회사에서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즉 두 사업은 김치를 갖고 김치전을 만드는 것과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세이퍼존은 클라우드사업은 타 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자산재개발사업은 잠재적 기술수요 및 시장성이 있는 SW자산(기술·제품)의 탐색·발굴 및 수요처 연계 등 SW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장 환경 조성이 취지인 바, 두 사업은 모두 '기존 SW제품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타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기존 SW제품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든가, 잠재적 기술수요·시장성이 있는 기존 SW자산(기술·제품)을 탐색 및 발굴해 SW기술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두 사업의 최종적이고 본질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두 사업의 애초 취지와 목표가 달성돼 서로 다른 최종 산출물로 이미 실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중복 및 표절을 판단할 때는 최종산출물을 갖고 판단해야지 단순 문서인 최종보고서만을 토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판단 기준, 문서 아닌 최종산출물인 '실물'이 돼야
세이퍼존의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와 NIPA는 사업 평가과 제재 평가는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하는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관리규정'에는 최종보고서만을 갖고 평가하라는 어떤 규정도 없다. 오히려 '현장실태조사 및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세이퍼존에 대한 5회에 걸친 평가위원회는 현장실태조사, 즉 실체 산출물의 실제 적용환경에 대한 현장 조사나 산출물의 실험 및 시험 등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담당 과장과 NIPA의 담당 팀장들도 실제 산출물이 현실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서 상의 동일한 소스코드 게재와 동일한 문구를 들어 중복 또는 표절이라는 중벌을 내린 것이다.
SW업계는 최종보고서 위주의 이른바 '탁상 평가'와 과기정통부의 '탁상 감사'에 대한 개선의 여론이 일고 있다. 한 SW개발업체 대표는 "사업 평가위가 텍스트만을 갖고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평가위가 민간인으로 위촉되지만 기술적 자질과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느냐도 의심이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세이퍼존 권창훈 대표는 "최종 보고서 상 작성의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제재는 받아야 하지만, 최종 산출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텍스트만으로 판단해 전체 사업을 중복 또는 표절이라고 낙인 찍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에서 부당함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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