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티엘아이, 넥스트칩 등 국내 상장 팹리스 반도체(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15곳 가운데 8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과 중국 팹리스 반도체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반도체 상장사 15곳 가운데 8곳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엘아이는 평판 TV 시장 부진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3.8% 감소했다.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 부진과 판가 하락으로 52억원 영업손실을 내고 적자 전환했다.
업계는 중국 팹리스 반도체 기업의 추격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라는 말을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품질이 동일하거나 개선된 중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니 대세가 중국 업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는 실로 '전폭적'이다. 2014년 20조원 규모의 국가 펀드를 조성한 이후, 2025년까지 약 170조 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 미국, 일본, 한국을 추월하겠다는 게 중국의 계획이다. 전폭 지원에 힘입어 2015년 739개였던 중국 내 팹리스 업체는 2016년 1362개로 늘어났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부가세 격인 '증취세'를 면제해주는 등 팹리스 반도체 산업를 과감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현지 협력 진출로 발을 넓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시장이 큰 중국이나 인도에도 이미 토종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이 있고, 국내 기업은 그들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지 않다"며 "그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방법으로 시장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해외 진출 비용 마련이 쉽지 않은 영세한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 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중단된 반도체 설계 툴(EDA) 지원 사업에 대해 여러 번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기현 상무는 "지금까지 소수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주는 사업은 많이 해왔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저변을 키울 수 있도록 컴퓨터지원설계(CAD) 툴, 시제품 제작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팹리스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을 지난해 39억원에서 올해 53억원까지 늘렸고, 2020년까지 이어갈 방침"이라면서 "예산이 적은 게 사실이고, 반도체협회 등 반도체 업체들과 협의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