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는 '테마 감리'다. 테마감리란 회계 오류 취약 분야를 미리 예고해 관련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단계부터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고, 해당 회계 이슈에 대한 집중 점검으로 감리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금융감독원에서 매년 테마감리 분야를 예고한다. 올해 테마감리의 최대 이슈는 '개발비' 인식, 평가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세부사항으로는 개발비 증감 현황, 자산매출액 대비 개발비 비중이 높은 업종의 기업을 중심으로 테마감리가 진행될 것이라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지수상승을 이끌고 있는 상태에서 2018년 테마감리에 '개발비'가 포함되면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바이오가 타 업종보다 개발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번 테마감리의 주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 도이체방크가 제약·바이오, 나아가 코스닥 지수를 이끌던 셀트리온 그룹의 개발비 회계처리를 문제 삼으면서 그 논란이 점차 커진 것이 금감원이 칼을 뽑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금감원의 이번 테마감리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우선 개발비와 관한 주요 이슈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바로 연구단계와 개발단계의 구분이다. 연구단계면 경상개발비로 처리해 '당기비용'으로 인식하고, 개발단계면 자산 항목인 '개발비'로 인식하고 향후 해당 제품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기간 안분해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
K-IFRS 1038호에 개발비 인식을 위한 6가지 요건이 나열되어 있고, 해당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개발비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여러 요건은 결국 미래 경제적 효익의 창출 여부로 귀결된다. 신약으로 예를 들면 개발 중인 신약이 미래에 판매 승인을 받아 제품의 판매로 이어지거나, 기술수출이 되는 등 상업화에 성공하여 수익이 창출될 수 있어야 자산 항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대부분 정부의 판매 승인 시점을 그 기준으로 판단해 승인 이후만 개발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보다 '이른', 정부승인 이전 단계부터 개발단계로 판단하는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임상 3상, 심지어는 임상 1, 2상까지 기업 관점에서는 신약 개발의 확신을 갖고 개발을 진행하므로 그 가능성이 높게 편향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임상 1상에서 신약 승인까지의 확률이 10%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동안 국내 업계의 관행이 느슨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 개발비로 인식한 자산의 손상징후 검토 문제다. 즉 기존에 개발비로 인식한 자산에 대해 정기적으로 손상평가를 수행하고, 손상징후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평가해 '손상차손'(당기비용)으로 반영해야 한다. 가령 신약의 경우, 판매 승인에 실패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기존에 인식했던 개발비를 손상차손(당기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테마감리로 기업 및 외부감사인 모두 더욱 보수적인 관점에서 손상검토를 수행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예상치 못했던 대량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 한미약품의 2016년 실적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3월 한미약품은 전년 대비 약 81% 급감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었는데, 이는 의약 부문 개발비 약 455억 원이 손상차손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꿈을 먹고 사는 제약·바이오의 업종 특성상, 이번 테마감리로 인한 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제약·바이오를 향한 뜨거워진 마음을 조금은 식히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