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언어 통번역 '지니톡' 인기 폭발 중·일 등 차기올림픽 국가도 큰 관심 정밀도 높인 AR길안내 서비스 주목 성화봉송·음료제공 등 로봇이 명물로 해외 미디어 잇단 소개 수출 기대감↑
KT의 싱크뷰 기술을 구현하는 봅슬레이 썰매 전면에 장착한 카메라와 통신모듈
■평창 동계올림픽 "근처에 현금인출기가 있습니까?"
21일 강릉 올림픽파크 내 자동 통번역 서비스 데스크에 러시아 관람객이 다급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그는 데스크 직원이 생소한 러시아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실시간 자동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앱) '말랑말랑 지니톡'을 사용해 척척 답을 해주자 엄지를 척 내밀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길재식 한글과컴퓨터 부장은 "외국인들이 지니톡을 체험해보곤 모두 신기하다며 만족스러워한다"며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베이징과 도쿄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이며 취재해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축제에서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생소한 길의 안내자가 되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로봇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일반 사용자와 거리를 좁히고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들은 올림픽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활용 영역을 넓이고 해외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니톡' 인기몰이 앞세워 영역 확장=평창올림픽 공식 통번역 앱인 말랑말랑 지니톡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다운로드수 120만건을 돌파하며 '필수앱'이 됐다. 한글과컴퓨터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개발한 이 앱은 인공신경망 번역기술(NMT)로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8개 올림픽 공식 언어의 실시간 번역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선 강원도 사투리를 비롯한 강릉·평창 지역에 특화된 언어 데이터베이스(DB)를 준비해 보다 자연스러운 번역을 선보였다.
한컴은 앞으로 AI 콜센터와 AI 스피커, 스마트홈, 스마트병원, 스마트시티 등으로 지니톡의 활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림픽 기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국어 학습과 전문통역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는 4월에는 '한컴오피스 네오2'에 지니톡을 탑재해 문서 자동 번역 기능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와 맞붙는다. 한컴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반의 텍스트 변환과 생체인증 등 다양한 솔루션 사업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API를 활용한 서비스 사업, AI 기술을 결합한 하드웨어 사업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연계사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릉 올림픽파크 내에서 증강현실(AR) 길찾기 앱 'AR 웨이즈' 실행화면
◇'AR 길잡이' 전국 확대 기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컨소시엄,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이 참여해 개발한 길 찾기 앱 'AR 웨이즈(AR Ways)'는 올림픽이 이후에도 일반 사용자들의 길잡이로 활약할 전망이다. AR 웨이즈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현실의 길 위에 안내 표시를 띄워 올림픽 관련 주요 시설의 경로를 AR로 제공한다. 실내공간 정보와 정밀측위 기술을 적용해 기존 길찾기 앱보다 정밀도가 높다.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과 KTX역, 강릉 올림픽파크, 평창 올림픽플라자 등의 실·내외에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올림픽 티켓에 적힌 좌석 번호를 앱에 입력하면 자리까지 안내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올림픽 이후 AR 기능은 현재 적용 중인 평창과 강릉에서만 제공될 예정이지만, 국토교통부가 다른 지역의 공간정보 데이터를 제공하면 적용 지역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이 올림픽 이후에도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시장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2016년 '포켓몬고' 열풍 이후 다시 한 번 AR 기술이 주목을 받으며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릉 ICT 홍보관에서 산업용 AR 원격지원 솔루션을 홍보하고 있는 김재인 버넥트 실장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ICT 강국 이미지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AR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정부 부처나 관련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명물 '로봇' 해외 진출 추진=올림픽을 통해 국내 로봇 기술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시작으로 현재 11종 85대 로봇이 올림픽 시설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강릉 미디어촌 식당과 라운지에는 바닥에 빔을 쏴 경기 정보, 메뉴, 날씨 등을 알려주는 '파티로봇'이 돌아다니고, 프레스센터에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음료수 서비스를 하는 '음료 서빙 로봇'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어항 속을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는 이미 올림픽 경기장의 명물로 자리 잡으며 세계 각국 미디어에 소개됐다.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얼굴로 감정까지 표현하는 안내로봇도 인기다. 이 로봇을 공급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음성인식과 언어별 대화 패턴 등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안내로봇을 더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해외 미디어에 소개되면서 여러 국제공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다른 나라 공항에서도 국산 로봇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 3월 서비스 활용방안 구체화=이번 올림픽에서 △싱크뷰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 △옴니뷰 등 5G 기반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를 선보인 KT는 올림픽 이후 서비스 활용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내달 초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번에 선보인 싱큐뷰는 관람객과 시청자가 화면을 통해 선수의 시점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봅슬레이 썰매에 부착된 초소형 무선 카메라(38x29x35㎜)와 통신모듈이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KT는 싱크뷰 서비스를 위해 35g에 불과한 무선 카메라를 직접 개발했다. 인터렉티브 타임슬라이스는 시간이 멈춘 채 피사체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회전하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고, 옴니뷰는 경기 중 시청자가 원하는 시점의 실시간 영상 및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타임슬라이스는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에 적용됐고, 옴니뷰 기능은 크로스컨트리에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