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부 교수 한국OMG 회장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부 교수 한국OMG 회장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부 교수 한국OMG 회장

교육은 한 국가의 미래다. 이 중 전문 교육은 한 산업의 미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인 SW를 중심으로 하는 IT 관련 전문 교육의 실태는 어떨까?

현재 국내 SW 전문교육 및 취업 시장의 현황은 수년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다음과 같은 광고성 이메일의 내용을 보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교수님의 학생들을 4차 산업관련 IT과정으로 교육해 취업시켜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메일들은 정부 정책 자금 지원을 받고 4차 산업 관련 교육 과정을 개설한 사교육 기관 즉 IT관련 학원 및 협회 등 에서 대학 교수들에게 보내는 스팸성 단체 메일들이다. 처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 재학생 혹은 졸업자들을 학원에서 재교육해 취업시켜 주겠다니? 어쩌다가 대학생들까지 취업을 위해 학원에 가야하게 됐을까? 그리고 학원을 다니면 정말로 취업할 수 있고, 취업 후 업무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시장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IT관련 전문 인력, 그중에서도 SW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매년 SW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SW관련 대학 졸업생들의 숫자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 문과 전공자들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과 전공자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문과 전공자들의 채용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과 SW학원 그리고 이러한 SW학원들에게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말 이상한 역학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IT관련 전문가의 부족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부, 미래부, 지방정부 등에서 유행처럼 4차 산업혁명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관련 학원이나 협회에게 정책 자금을 지원해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IT전문가들을 단기적으로 대량으로 늘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전문가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런 전문가는 수개월 교육을 통해 육성할 수도 없고, 이런 전문가를 교육할 전문 강사도 없다. 또한 4차산업 IT전문가는 피상적인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4차라는 숫자에서도 의미하듯 3차 서비스 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 혁명이다. 4차산업 전문가는 3차산업 즉 SW전문가를 기반으로 산업의 요구에 적합한 서비스 개발 경험을 통해 양성된다. 인공지능, IoT 전문가의 육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기초 SW개발자의 육성이 필요한 것이다. 정책의 목표, 방법, 기간, 예산 집행방법 모두가 문제다.

2018년 국내 기업 들은 첨단 SW기술로 무장한 SW개발자들을 원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최신 기술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IT 트렌드 유행어의 늪에 빠진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야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붇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예산 보다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홍보와 계몽을 통해 고등학교에서 이과 비중을 높여야 하고, 천편일률적인 규제를 통해 대학 정원을 감축할 것이 아니라, IT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 교수 채용과 평가 방식이 논문 위주에서 산업체 기여 및 경력까지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대학 평가에서도 SCI급 논문이 아니라 산업계 기여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기업체의 채용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교육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또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창하게 어려운 일도 아니며 거창하게 시작할 일도 아니다. 세계적이니, 산업이니 혁명이니 이러한 유행어에 휩쓸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지 말고, 사소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진정으로 IT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의 채용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의미 있는 자료부터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억의 예산을 수십 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소규모 예산은 정책 담당자나 언론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고 또한 정책 담당자가 1~2년 주기로 바뀌는 마당에 지속성을 가질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작은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추진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한 4차 산업 혁명 아니 3차산업에로의 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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