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주변 자금 118조… 부동산·가상화폐 놓고 '저울질' 코스피 강세 따라 투자 대기자금도 '사상최대' 투자자 예탁금 30조·신용융자 잔고 11조 돌파 강도높은 규제에 부동산은 '자금 탈출' 불가피 폭발적 성장 가상화폐 시장은 속도조절 분위기 금리 상승으로 시중 투자자금 '대이동' 가능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에 풀린 여유자금들이 고금리 상품을 찾아 대거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의 흐름이 증시로 갈지 혹은 부동산이나 가상화폐를 택할지에 따라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흐름은 증시 주변으로 돈이 계속 몰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다른 자산시장인 부동산과 가상화폐 시장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증시 주변 자금은 117조933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투자자예탁금(30조6858억원), 파생상품거래 예수금(8조871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67조7456억원), 위탁매매 미수금(1315억원), 신용융자 잔고(11조2776억원), 신용대주 잔고(63억원) 등을 합한 것입니다.
증시 주변 자금은 지난해 11월 말 113조2823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두 달 만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대기 자금이 지속적으로 쌓이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돈인 투자자예탁금과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고점을 찍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사상 처음 30조원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또 신용융자 잔고 역시 한 달 만에 1조4000억원 넘게 증가해 지난달 말 11조원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코스피가 장중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이 대기 자금을 당장 증시에 투입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부동산과 가상화폐 시장과 비교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규제 대책을 내놓은 부동산 시장도 투자자금의 '탈출'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각종 부동산 시장 규제를 풀어낸 데다 금융권이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 상환능력심사제) 등을 도입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출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중 투자자금의 대대적인 이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사정이 더 복잡합니다. 국내 시장 상황과 국제 동향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도 적절하게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4일 "가상통화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시장 상황과 국제 동향 등을 주시하며 모든 수단을 다 열어놓고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상화폐는 국경이 없는 시장이라 국제공조가 중요한데,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이고 규제나 제도권 수용이냐를 놓고 각국마다 의견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관계 당국의 협조를 받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상화폐 시장점유율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지난해 수수료 매출액은 19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24일 영업을 시작한 신생 가상통화 거래소입니다.
업비트가 이달 6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52.9%로 1위를 기록중이며, 이어 빗썸(32.7%), 코빗(6.2%), 코인원(8.3%) 등이 '빅4 거래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박 의원실은 업비트의 수수료율, 빗썸의 1년간 거래금액과 수수료 매출 추정액, 빗썸 대비 업비트의 상대적 점유율 자료 등을 활용해 업비트의 매출액을 추정했는데, 이렇게 추정한 업비트의 매출액과 빗썸(3천177억 원), 코빗(670억 원), 코인원(781억 원)의 매출 추정액을 합치면 6571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30개에 달하는 군소 거래소 매출액까지 고려하면 전체 가상화폐 거래소 매출은 7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박 의원실과 관계 당국의 판단이다.
같은 방식으로 추정한 2015년과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전체 매출액은 각각 32억 원, 80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87.5배, 2016년보다 218배 늘었난 규모입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해온 데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 등의 형태로 떠도는 시중 자금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069조 57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크게 변동하는 시장인 만큼 투자나 저축, 은퇴 설계 상품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참여자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