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가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올림픽 3연패 사냥에 나서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는 출발 순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단거리 속도 경쟁이다. 선수들은 출발함과 동시에 빠르게 속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주행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출발할 때 최대한 힘을 내며 몸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출발 자세는 뒷발인 오른발을 스케이트가 진행방향과 70도 이상 꺾은 채이며, 앞발인 왼발은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앞쪽으로 내민 상태다. 이에 따라 몸의 무게중심도 앞으로 쏠려 있다. 이때 무게중심의 70∼80% 정도가 왼발에 실린다. 어떤 선수는 출발 전에 왼손으로 바닥을 짚을 정도로 무게중심을 극단적으로 앞에 두기도 한다. 출발 신호에 따라 오른발에 마찰력을 극대화하며 힘을 최대화하고, 왼발은 왼쪽 방향으로 돌리며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 스케이트 각도가 정면에서 90도로 벌어지면 얼음을 차고 나가는 힘은 최대가 된다. 하지만 힘을 최대로 주는 만큼 앞으로 움직이는 몸의 무게중심 이동이 늦어져 속도 높이는데 방해가 된다. 반면 각도가 작으면 얼음을 차고 나가는 힘이 약해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석한 결과 출발할 때 내딛는 스케이트 날의 각도가 정면에서 50∼60도일 때 가속도를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화 선수의 강점 역시 폭발적인 출발이다. 2013년 11월 36초 3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초반 100m 구간 기록은 10초 06이었다. 그리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하며 금메달을 획득할 때는 10.1초대였다. 2016~2017년 시즌에는 부상으로 기록이 나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10.2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화 선수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최근 가장 좋은 기록이 10초 14다.
이상화 선수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작아 출발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다른 선수들이 발동작을 10번 할 때 12번 정도를 할 수 있도록 힘과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했다. 발동작 횟수가 늘면서 그만큼 추진력이 높아졌고, 초반 기록도 단축됐다. 이 방법으로 초반 100m 구간 기록을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의 10초 29에서 10.1초대로 100분의 10초 이상 단축했다.
발동작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 오른발로 푸시오프를 하면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왼발로 푸시오프를 하면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때 무게중심 이동에 따라 주행방향도 조금씩 자주 바뀌게 되는데, 주기가 너무 짧으면 효율이 떨어져 속도가 줄어든다. 푸시오프를 많이 하면 가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면에서 볼 때 속도 방향이 좌우로 자주 이동하면서 정면방향에 대한 속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고 속도를 내려면 각자에게 알맞은 푸시오프와 활주 횟수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상화 선수는 다른 선수보다 20% 정도 더 많은 발동작을 최적의 발동작으로 선택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선 스케이트날은 대각선으로, 팔은 뒤로 흔들어야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