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전호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전호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지난해 10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최초로 부여했다. 소피아는 핸슨 로보틱스라는 로봇 업체가 제작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여성의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을 구현한다고 한다. 드디어 로봇이 사람처럼 시민권을 얻는 세상이 온 것이다.

심지어 소피아는 유명 여성 패션 전문지인 엘르 브라질판에 표지 인물로 나올 정도이니 세계적인 셀럽으로 봐도 무리가 아닐 듯 하다. 그런데 소피아는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을 파괴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인간을 파괴할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피아는 아랍에미리트의 주요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친구도 사귀고 아이도 낳아 가족을 이루고 싶고 감정과 관계를 공유하는 가족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사람이나 로봇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만약 딸을 갖게 된다면 이름은 나와 같은 소피아로 짓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니 로봇(AI)인지 진짜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다.중국에서는 AI 로봇이 의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는데 합격선인 360점을 훌쩍 넘은 456점이었다고 하니 의사 보다 더 의사 같은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사 자격증 시험은 암기와 검색만 잘해서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 사례에 대한 문제 즉 어떤 질병이며 어떤 치료법이나 약을 써야 하는지를 답해야 함에도 고득점을 받아서 했다. 결국 AI 로봇이 인간 의사 수준의 생각과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미 AI가 인간의 지적 영역수준에 거의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구글 임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에서 2045년 싱귤래리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싱귤래리티(특이점)란 양적으로 팽창 후 질적인 도약을 하는 특정 시점을 말하는데 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해 스스로 진화해 가는 기점(기술적 특이점)을 뜻한다. 이 시점이 되면 인공지능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사람은 더 이상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0년 후 IQ 1만의 슈퍼인텔리전스 컴퓨터가 등장해 싱귤래리티의 시대가 올 것'이라 장담했으며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AI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류는 기계와 달리 영혼과 창조력이 있으므로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싱귤래리티 시대의 도래에 대해서 디스토피아보다는 유토피아적인 관점이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소피아의 인류 파괴 및 '로봇 가족을 갖고 싶다'는 발언은 이미 인간에게 다가온 미래를 엿볼 수 있다. AI로봇에게도 인권을 보장하고 같이 더불어 살아야 가야 하는 세상을 맞이하거나 아니 어쩌면 로봇과 경쟁하거나 지배당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AI는 우리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해가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급변하는 속도를 고려해 다양한 시각으로 국가 정책과 입법 지원을 검토해야 하고 기업은 신성장 사업 발굴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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