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연구소 실물화재 실험 과기부 장관 방문 현장 간담회 "외장재 등 시험·성능기준 필요 법제도 정비·규제개선 나서야"
7일 경기도 화성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실물화재 연구동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화재 실험 시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7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제 화재발상 상황을 시험할 수 있는 실물화재 시험동에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참사를 키운 '드라이비트' 외장재가 설치됐다. 건물 3층 높이(8m)의 구조물 안에 준비된 목재에 불을 붙이자 이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외부 벽으로 옮겨 붙은 불길은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외장재를 타고 2층 높이까지 솟구쳤다. 9분 만에 온도가 600도가 넘어섰고, '타닥'하는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와 불길이 천장까지 가득 채우자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나섰다.
드라이비트는 콘크리트 벽에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으로 단열 효과는 뛰어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싸고 단열 효율이 높다는 이유로 불이 잘 붙고 유독가스가 나오는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주로 사용하고 있어 위험성이 더 크다. 이날 화재 시험은 영국 공인시험인 'BS8414' 기준으로 이뤄졌다. 국내엔 아직 실물 규모의 표준시험법이나 평가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흥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국내에선 10㎝ 크기의 시험재료로 외부 마감재를 평가한다"며 "이런 방법으론 내부에서 화재가 났을 때 분출한 화염이 어떻게 외장재로 옮겨붙고 형태가 변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과 같은 실험과 연구개발을 통해 실험방법과 성능기준을 만들어 국민들이 안전한 건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술 개발이 끊기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연구자, 소방대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술개발과 함께 실증과 인증, 관련 법·제도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 화재안전연구소장은 "화재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분석해 기술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개발한 신기술을 신속하게 실제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선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때 현장 인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임정호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과장은 "현장 요원들은 기술을 모르고 연구자들은 현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함께 융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화재를 피부로 느끼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파악해야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과제 기획 단계에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연구성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며 "개발한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요자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소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