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이 있는 새 차를 교환·환불해주는 '한국형 레몬법'이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에도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관련 구체적인 교환·환불 요건이나 신청방식 등은 언급돼 있지 않다. 이에 국민 불만은 높아져 지난해 9월에 이어 또 다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와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비자의 권리 레몬법을 추진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이은 두 번째 청원 글이다. 청원인은 "국산차, 수입차 모두 구입 후 치명적 결함 발견 시 신차 또는 환불해 주는 레몬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보배드림(자동차 커뮤니티)에 신차 결함으로 고생한다는 글들이 올라오지만, 개인소비자는 법으로 절대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급발진사고나 시동꺼짐사고, 엔진폭발차량 등 각종 차량의 오류사고 문제를 차를 구입한 차주이자 사고를 겪은 피해자인 개인이 혼자 지금처럼 대기업을 상대로 문제점을 소명하고 그 진실을 밝혀내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은 물론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한국형 레몬법에 따르면 새 차를 산 뒤 1년간 주행거리가 2만㎞ 미만인 경우 중대결함 2회, 일반 하자 3회, 수리기간 30일을 초과하면 차량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개정법 역시 교환·환불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자 발생시 신차로 교환·환불할 것 등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차량일 것 △하자로 인해 안전 우려, 경제적 가치 훼손 또는 사용이 곤란할 것 △차량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 중대한 하자는 3회, 일반 하자는 4회 발생하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할 것 등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현재 자격 요건을 만족하더라도 차량 업계가 교환·환불을 거부하고 있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SM7의 '차량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 조향장치의 반복 결함'을 주장하는 소비자와 수개월째 분쟁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차량 교체를 권고했지만 르노삼성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자동차 매매 계약 시 서면으로 교환·환불 약속을 했지만, 정비소 입고 시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제조사의 주장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보호법상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교환·환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차량 기능 개선에만 주력해왔고, 품질 개선은 부품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신경을 덜 써왔다"면서 "레몬법을 적용하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 제조사가 동일한 부품으로 인해 결함이 발생한 차량을 교환·환불해 줘야 하는데 부담이 크니 업계가 제도 수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부터 소비자불만센터, 리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등 지속적인 과제 발굴을 통해 종합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