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한불 청소년 간 온라인 원격 화상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주최한 행사로 시흥시 꿈의 학교 유니온 합창단 단원 6명과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 학생 10명이 참여했다.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 학생으로는 재외동포 자녀와 현지 프랑스 중고등학생이 참여했다.

디지털 노마드 수업으로 진행된 본 토론회에서는 '한불 간 대학 입시제도의 차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의 주제가 다루어졌으며, 3번째를 맞이한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연애, 몇 살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였다. 흥미로운 주제만큼이나 토론에서도 톡톡 튀고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토론의 진행을 맡은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공동대표는 먼저 '연애'의 정의를 설명해줬다. 효과적인 토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확히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 공동대표는 두산백과의 정의를 보여주며 "연애란 인간의 육체적 기초 위에 꽃 피는 자연스러운 애정으로 아무리 정신적인 애정이라 하더라도 정신만으로는 연애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라며, "정신세계에서의 인간의 애정을 우정이라고 한다면, 연애와 우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연애의 개념을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여러 차례 웃음이 오가면서도 모든 학생이 매우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 토론을 통해 생각의 공통분모도 찾았지만 차이도 발견되었다. 정신적인 애정 면에서는 양국 학생들이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었으나, 육체적인 애정에 대해서는 다소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학생으로서 적절한 수위의 육체적 애정 관계에 관해 한국 학생들은 손잡는 것까지를 말했지만, 프랑스 학생들은 딥키스라고 답하여 두 나라 간 문화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연애를 경험하고 시작하기에 적절한 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한국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4살, 프랑스는 16살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학생의 연애 적정 연령에 대해 프랑스 학생들이 더 늦은 나이를 꼽은 이유는 프랑스의 육체적 애정 관계의 수위가 한국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의 차이는 연애 경험 여부에도 반영되었다. 토론에 참여한 한국 학생 중 4명이 연애 경험이 있었지만, 프랑스는 참여 학생 전원이 연애 경험이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실제 연애를 하게 되면 성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우려를 하여 학생들이 연애를 쉽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 학생들은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였고, 한국에서도 육체적인 애정 관계를 손잡는 수준으로 정의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뽀뽀 수준까지는 진도가 나간다고 했다.

토론 마지막에는 낙태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한국의 경우 낙태가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제한된 경우에만 허용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임신 3개월까지는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차이도 토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는 법으로 허용하다 보니 불법적인 시술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한국은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낙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적발 시 의사와 여성만 처벌을 받고 남성은 처벌을 받지 않아 사회 부조리함도 있음이 이야기되었다.

이번 토론회를 진행한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의 박일준 공동대표는 "다른 나라 학생들과 주제 토론을 통해 생각과 문화 다양성을 알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고, 처음 기획의도는 언어였지만 막상 해보니 언어보다는 생각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를 함께 진행한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의 노선주 교장은 "처음 서먹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점점 더 친해지고, 진지해지는 학생들을 보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만남의 기회를 더욱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전 세계 5대륙에 1,300여 개의 한글학교가 있는데, 이런 활동이 다른 한글학교들에도 전파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는 디지털 윤리의식과 예절은 물론 빅데이터, 인공지능 활용에서 디지털 작곡, 인포 영상 제작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활용능력을 교육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해 서울, 경기권 122개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 5천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올해는 공교육 교사 연수 및 교과 연계 콘텐츠들을 개발하여 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 노마드 수업은 미네르바스쿨과 같이 정해진 캔버스가 없다.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에 따라 주제를 정하고, 주제 탐구에 적합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다음 수업은 구리등대 학생들과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 학생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여름방학에 교류 방문하게 될 미국 뉴저지를 사전에 공부해보는 사이버 탐사 수업으로 원격 화상교육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ky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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