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중 70% 가량이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응답자의 79%가 지재권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UC 헤이스팅 법대에서 200개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허 분쟁 소송에 10만 달러 이상을 쓴 스타트업이 57%에 달했다. 꼭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업계 종사자로서 실제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 사업모델 등에 대한 표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체감 중이다.
그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술 표절이나 아이디어 모방이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2009년,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타임이앤엠은 실시간 변동할인율을 적용한 전자상거래 방식인 타임세일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7년 후 한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이 이와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면서 수년간 법적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도 지난해 출시한 식사 대용식 상품 '랩노쉬'를 타사에서 모방해 판매하면서 마찰을 겪었다.
이처럼 실제 시장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 자산임을 체감하면서 최근에는 지식재산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트업들이 더욱 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기술 관련 특허가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서비스나 비즈니스모델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호텔나우도 얼마 전 신개념 호텔 예약 서비스인 '프라이빗딜'의 특허를 출원했다. 프라이빗딜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호텔을 골라 자신이 원하는 숙박비를 호텔에 역으로 제시하고, 호텔측에서 이를 실시간 확인·승낙하면 원하는 가격으로 투숙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당초 호텔나우는 사전 예약 없이 투숙하기 어려웠던 호텔들의 빈 객실을 활용, 당일 최저가로 바로 예약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페인킬러(pain killer) 서비스로 시작한 스타트업의 경우, 소비자와 기존 시장에 대한 고찰 끝에 나온 하나의 아이디어가 곧 사업의 뿌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금세 후발주자들이 달려들어 모방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새로 발굴된 사업 영역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깃발 꽂을 수 있는 무주공산(無主空山)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수많은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애써 쌓은 '우공의 산'임을 기억해야 한다.최근 정부는 스타트업 등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특허 및 디자인 출원 심사기간이 대폭 단축될 예정이다. 또, 중소벤처기업의 특허·실용·디자인 연차등록료는 기존 30%에서 50%로 확대 감면되고 감면 기간도 권리존속 기간 전체로 확대된다. 특허바우처제도가 도입돼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IP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는 2000만원 이내의 바우처가 제공되며, 연간 특허출원료와 최초등록료 총액이 기준금액을 넘기면 일정비율을 인센티브로 반환받아 수수료 납부에 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스타트업들의 지재권 확보와 유지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지재권 침해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다 효과적인 규제의 방안이 빠져있다는 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더 많은 창업자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주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꿔가는 일에도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