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없어서 못팔아" 채굴기 필수 부품인 그래픽칩 온라인쇼핑몰 매출도 크게 늘어 업계 "가상화폐 채굴 이슈가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 영향"
29일 서울 한강로동 용산전자상가의 한 PC 매장에 완성된 가상화폐 채굴기가 쌓여있다.
[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기계 만지는 사람들은 가상화폐 규제 같은 거 신경 쓰지 않아요."
29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동 용산전자상가. 5명의 남성이 드릴 소리와 함께 가상화폐 채굴기를 분주히 조립하고 있었다. 가게 앞 복도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채굴기 10여 대가 성인 남자 허리춤 높이까지 쌓여 있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이후 채굴기 판매량에 변동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지금도 없어서 못 판다니까요."
지난 11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언급한 데 이어, 23일에는 '실명제'가 골자인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와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PC 매장 직원들은 "국내 거래소를 규제하면 채굴한 것을 해외에 팔면 되고, 거래소보다 해킹 염려도 적으니까 괜찮다"며 달궈진 채굴기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최근 3개월(지난해 10월 1일~1월 21일) 간 채굴기 필수 부품인 그래픽칩(GPU)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매출보다 무려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G마켓의 그래픽카드 매출도 61%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도 "GPU 품귀 현상으로 주문 직후 바로 채굴기를 조립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매장 직원은 소비자가 채굴기 용도로 가장 선호한다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GPU를 이틀 전 17세트(GPU 6개가 1세트) 들여왔지만, 금세 10세트가 팔려나가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대부분 채굴기 판매원들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는 효력이 없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가상화폐가 이슈가 될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장에서 60대 노인이 채굴기 원리를 알기 위해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 서초국제전자센터의 PC 매장 직원은 "사람 심리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는 규제할지언정 채굴은 막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또 다른 서초국제전자센터 매장 판매원은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채굴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GPU 제조사에서 채굴용 GPU까지 출시하는 마당에 어떻게 정부가 규제 하냐"고 말했다. 가상화폐 채굴을 가정용 전기로만 하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 업계도 가상화폐 채굴 이슈가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 25일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가상화폐 GPU 수요가 전체 PC 그래픽 메모리 수요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