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제 정치부장
이승제 정치부장
이승제 정치부장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오가고 있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 분산 차원에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했다.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통령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총리와 장관들의 판단을 믿고 기다리는 믿음이 필요하다. 매번 대통령이 일일이 전면에 나서 '만기친람'하면 총리와 장관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대통령 마음에 들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취임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과 참모진 그리고 장관들이 회동을 하면서 환히 웃는 모습이 잦았다.

대통령이 상명하복, 절대권력의 위엄에 기대지 않고 참모, 장관들과 국정운영을 위한 파트너십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소통은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참모들이 입을 닫고 장관들이 눈을 감으면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가상화폐에 대한 대책 혼선,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 등이 이유로 꼽혔다.

대통령이 조급해진 것일까. 문 대통령은 최근 장관들과 참모들을 불러모아 호통을 쳤다. "각 부처의 정책에서 일자리 대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원론적으로,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다른 접근도 가능하다. 굳이 그렇게 해야 했을까. 장관들을 조용히 만나 오찬이나 만찬을 하면서 간곡한 당부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굳은 표정으로 대통령의 추궁을 듣고 있는 장관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문뜩 '쇼맨십'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딛고 탄생했다.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협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갈수록 야당과의 협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적폐청산에 몰두했다.

그런 중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미래를 향한 적폐청산이 아닌, 과거를 응징하기 위한 적폐청산은 곤란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협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에서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최고 수준의 지지율에 고무돼 야당을 겁박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관련된 국민들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높은 지지율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속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 '강박관념'이 그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소통, 진두지휘, 컨트롤타워를 강조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챙기고 있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건 발생 몇 분만에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했다'는 보도자료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칠 경우 '쇼맨십'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지만, 이 조차도 이전 대통령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사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대통령 탄핵이란 '기저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장하자면, 지금 지지율은 단지 숫자일 뿐 온전한 지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초심이 필요한 때다. 협치를 하려면 양보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핵심 정책을 초지일관 지키려는 의지 못지 않게 현실을 존중하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기반성을 멈춰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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