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주인을 닮았다. 직접 터를 다지고 기둥 세워 지어 올린 집은 더욱 그 주인의 얼굴을 대표한다. 다음 생엔 집 있는 달팽이로 태어날 거야! 내 집 마련은 꿈꾸기 어려운 현실에서 내 손으로 야생의 집을 짓고 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산골로 찾아 들어간 사람들. 어서 와, 이번 생에 집짓기는 처음이지? 모두가 낯설고 힘겹지만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집을 지으며 살아가는 산골 달팽이들의 집으로 떠나보자.
폭설이 그치지 않는 정읍시 소성면. 쌓인 눈을 치우며 길을 내느라 바쁜 백운경씨는 함박눈이 내려도 언제나 걱정보다 설렘이 앞선다. 서울에서 내려와 집을 짓고 자리 잡은 지 어느덧 7년. 급한 대로 지붕을 올리고 부랴부랴 입주한 그 날부터 지금까지 백운경씨네 집은 계속 진화 중이다. 아내와 단둘이라 아늑하고 작은 집을 계획 했건만, 자를 수 없이 멋진 금강송 때문에 이층집이 되어버렸다고 웃으며 말하는 백운경씨. 오늘같이 눈 오는 날이면 눈덩이를 등에 얹고 휘어진 대나무 터널을 건너 비밀 아지트로 향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을 건너면 나타나는 천연 눈썰매장. 이웃이 된 친구와 함께 경쟁하듯 즐기는 눈썰매 동네 올림픽은 환상적인 산골 살이 즐거움을 전해준다.
뒤는 산이요, 앞은 강이니 산 좋고 물 좋은 임실의 어느 산골에 들어서면 아침부터 분주한 소리가 멈추지 않는 집이 있다. 아궁이 집만 지으면 군불 땐 아랫목에서 만화책 보면서 고구마 먹으며 살 줄 알았다는 공후남씨. 하지만 살수록 더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집 덕분에 오늘도 부부의 곡괭이질은 멈추지 않는다. 삽질, 망치질, 도끼질 안 해 본 게 없다며 자신을 선녀꾼이라 말하는 공후남씨와 나무꾼 남편 양찬규씨가 함께 쓰는 뚝딱뚝딱 산골일기를 만나본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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