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전방안 이달말 발표 출장횟수 제한 등 규제 개선도 우수연구원 정년·선발규모 확대 박사후연구원 고용 3년이상 보장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방안 종합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본연의 임무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정부는 관리에 치중하던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출연연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기획하고 인력 운영 방향 등을 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줄 계획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이 같은 골자의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방안'이 이달 말 발표된다.
이번 발전방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국민 삶의 질 향상 △미래선도 기초·원천연구 △에너지·국방·재난재해 등 국가 임무와 사회기반 등 출연연 임무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25개 기관별 역할과 책임은 내부 연구자와 학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스스로 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출연연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기에 충원할 수 있도록 10년 단위의 '중장기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담아 미래선도형·문제해결형 연구를 기획하는 '연구기획 전담조직'을 설치한다.
정부는 출연연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우수연구원의 정년을 연장하고 선발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사후연구원의 3년 이상 고용을 보장하는 '과제기반 테뉴어 제도'를 신설하는 등 젊은 연구자를 키우기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또 줄 세우기식 비교 평가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지닌 임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개인평가 지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경직된 구조도 개선한다. 기존 관리 중심의 수직 구조를 '연구모듈형' 조직체계를 도입해 수평적으로 바꾸고, 기관평가도 올해 안에 '독립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설정한 목표와 임무가 연구와 얼마나 잘 연계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또 연구자들이 연구 이외에 행정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연구행정직'을 신설하고, 출장횟수 제한 등 연구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유국희 과기정통부 연구성과정책관은 "이번 발전방안은 현재 출연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 발전방안 추진과 함께 오는 23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기이사회에서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8개 기관의 수장이 선임되면 출연연에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이번 발전방안이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한 점에서 기존에 나왔던 정부 계획들보다 한발 나아갔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현장 연구자들을 과제 수주를 위한 과도한 경쟁과 단기 성과 양산으로 내몰고 있는 '연구과제중심운영방식'(PBS) 등의 핵심 현안을 중장기 과제로 미뤄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권수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전략부장은 "PBS 제도와 출연연 거버넌스 재편 등의 문제는 연구현장에서 오랜 기간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정작 정부와 출연연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적이 없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발전방안의 실행을 위해선 정부와 출연연이 파트너십을 갖고 꾸준히 논의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PBS와 연구비 제도 등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한 TFT를 만들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더 이상 작은 과제를 쫓아다니지 않도록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 출연연 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정책지정형 대형과제를 발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