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법' 개정은 옳은 선택… 입찰평가 등 문제 개선 필요 가격 내려가면 IT서비스 생태계 직격탄… 기술위주 평가해야 현장 담당자 평가위원 참여 등 조달청 평가시스템 보완 시급 융합사업 미래 시장성 충분… IT서비스, 융합주체로 적용돼야 국내기업간 상생 통해 공공정보화 거대 프로젝트 만들어내야
신년 인터뷰 강진모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
강진모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회장(아이티센 회장)은 IT업계에서 승부사로 꼽힌다.
첫 번째 승부는 2005년이었다. 강 회장이 HP 총판사였던 아이티센네트웍스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회사가 상장폐지를 당하며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그때 강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본부 직원 10여 명과 함께 독립한 것. 아이티센의 출발이었다.
두 번째 승부는 5년 전인 2013년 벌어졌다. 그해 SW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공공정보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이른바 빅3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 LG CNS, SK C&C가 공공SW 시장에 참여하는 길이 갑자기 막혔다. 빅3 IT서비스 기업의 가장 큰 협력사 중 한 곳이었던 아이티센은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 앞에 섰다. 회사는 독립한 첫해 매출 7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420억원, 설립 6년만인 2011년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 믿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시장에 없다고 보고, 직접 SI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 IBM 등 외산 하드웨어 유통을 주로 해 오던 아이티센이 SI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회사를 재창업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결단을 내린 강 회장은 삼성SDS, LG CNS에서 공공사업을 경험한 인력들을 영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2013년은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면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말한다. 직원은 100명 수준에서 약 300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당시의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아이티센은 국내 공공정보화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IT서비스산업협회장직을 수락한 강 회장은 올해 국내 IT서비스산업의 생태계를 뜯어고치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혼탁한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자들을 공생·상생관계로 만들어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공동의 이익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소기업간 협업모델을 새롭게 정립해 시장에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3번째 도전을 앞두고 의욕에 차 있는 그를 서울 여의도동 협회에서 만났다.
대담=안경애 IT중기부장
- IT서비스산업협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아이티센 회장으로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뛰고 있다. 아이티센이 시스템통합(SI) 시장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SW산업진흥법 개정이었는데, 5년이 지난 현재 법 개정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SW진흥법을 개정해 대기업의 공공 SI시장 입찰참여를 제한한 것은 큰 틀에서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갑자기 참여기업의 면면이 달라졌고, 기업들간에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입찰을 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져 있다는 비판들이 많다.
그러나 IT서비스도 결국 서비스 산업인데, 저가입찰을 한 기업의 서비스 품질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저가입찰로 수주해 서비스가 엉망인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고, 지금 그런 업체들은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다. IT서비스 업계는 현재 '정화'돼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 공공정보화 시장에 부적격한 기업이 자연 퇴출되면 남은 기업들이 건전한 공공정보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생태계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업계 모두 강한 변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기업,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공공SW 산업생태계 개선안을 마련했고, 관련 내용을 담아 SW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60개 회원사를 둔 IT서비스사업자 전문단체인 우리 협회는 작년 개선안 마련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고, 앞으로 구체적으로 정책화되는 과정에도 산업에 적합한 법과 제도, 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개정되는 SW산업진흥법에 업계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올해는 2∼3차례 IT서비스산업 발전방안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이달말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SW 개발사업의 선진화와 실효성 모색'이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도 개최한다. 회원사들의 의지를 모은 '자정안'도 마련해 발표하고자 한다."
- 일각에선 SW진흥법 개정으로 오히려 SW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가격덤핑 같은 문제점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맞는 주장이라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닌가.
"SW산업진흥법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 법이 집행되는 요소요소에서 문제점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법 개정이 가져온 일부 문제 때문에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공공SW사업 입찰에서 기술과 가격평가 비율이 과거 7대 3에서 현재 9대 1까지 개선되고 있다. 이 점은 좋은 변화다. 하지만 과거엔 기술평가 결과 점수 차이가 4~5점 정도로 벌어져 변별력이 있었는데, 최근 평가방식을 적용하면 기술평가의 변별력이 거의 미미하다. 조달청 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이 기술평가 점수 차이를 크게 두지 못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의 공공사업 입찰이 조달청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공정'과 '공평'의 논리를 앞세워 특정업체에 고득점을 줄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이 만들져 있다. 일부 평가위원이 특정 업체에서 대가를 받고 높은 점수를 준 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가격을 낮게 써낸 기업에게 유리한 입찰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업 간 기술점수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1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 기술과 가격 배점이 7대 3이던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 공정 입찰을 위한 효과도 전혀 없다. 정부가 입찰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평가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흔들린 것이다. 이럴 바에야 가격평가를 하지 않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예산 배정과 입찰 과정에서 예산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 그래도 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중요한 요소 아닌가.
"기술로만 승부를 보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금액이 내려가면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IT서비스는 기성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아닌 만큼 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번 낮은 투찰가를 써내면 시스템 구축사업에 이은 시스템 운영사업 예산도 거기에 연동돼 내려간다는 것이다. 유지보수 사업 예산이 저가입찰한 구축사업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스템 구축사업의 총 사업비가 떨어지는 순간 IT서비스 기업부터 솔루션 기업까지 줄줄이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
- 입찰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 평가의 품질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 문제가 있는 부분이 바로 평가다. 100억원 정도의 대규모 사업조차 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안서도 제대로 보고 평가하는 사람이 없다. 프레젠테이션(PT)만 보는 식이다. 공들여 제안서를 써도 평가위원들이 잠깐 시간을 내 평가회의에 들어와 발표만 보고 점수를 주는 식이다 보니 기업들도 제안서보다는 PT로 보여주기에만 많은 투자를 한다. 발표자도 말 잘하는 사람이 나선다. 수주부터 우선 하고 보자는 식이다. 일 잘하고 말 못하는 사람은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에서 공공정보화 부문에만 연 4조원의 예산을 투자하는데 이렇게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이렇게 바뀐 것은 일선 기관이 하던 평가를 조달청이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시스템의 내용을 잘 모르는 기관이, 사업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평가위원들은 모셔놓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입찰비리가 있으면 문제가 되는 기관과 사람을 엄벌하면 되는데, 평가 권한을 조달청으로 넘기는 식으로 대책이 나오다 보니 공공SW 사업 평가 현장에서 문제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이 고객을 만나지 않고 조달청 평가위원단에 포함된 교수들만 관리하고 있다."
-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 평가 권한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인가.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준화된 업무는 조달청이 평가해도 무방하지만 SI를 통해 구현하려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수행기관에서 갖고 있는 만큼 수행기관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안전부의 민원서비스는 일선 담당자가 가장 잘 안다. 평가위원이 10명이라면 현장 담당자들이 최소 3분의 1이 투입돼야 정상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지금은 모두 배제한 상황이다. 그러니 기업이 평가위원만 쫓아다닌다. 기업이 고객을 만나지 않고 있으니 새로운 사업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강 회장은 제도 개선만 제대로 된다면 IT서비스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IT서비스는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라는 게 강 회장의 신념이다. 그는 IT서비스 산업이 또 한번의 발전을 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틀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협업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가 제안했다.
-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IT서비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거대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마트시티'를 강조하듯 앞으로는 융합기술, 융합사업이 기회다. 융합사업을 해내려면 IT서비스가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IT서비스는 어디든 파고 들어갈 수 있다. IBM의 왓슨, 애플의 시리는 단품으로는 의미가 없다. 구동되는 IT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이 융합의 주체는 IT서비스 기업이 된다. IT서비스가 시장을 먼저 만들고 국산 SW를 사주면서 시장을 키워야 한다.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 IT서비스 기업이 핵심 솔루션은 투자해서 갖추고 있어야 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게 체질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기업문화를 봤을 때 이러한 변화가 숙제인 것 같은데.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이 없을 때는 외국계 IT기업과 합작사를 많이 세웠었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은 자체 기술력이 상당히 발전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과 IoT 플랫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LG CNS도 선지 개발방법론을 개발해 코딩을 하지 않고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시대를 열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중견·중소기업이 IT서비스를 하면서 대기업이 보유한 핵심 솔루션을 접목하는 게 한국 시장 상황에 맞는 협업 모델이다. IBM도 원래 세계에서 가장 큰 SI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했다. 삼성SDS의 변화가 IBM의 변신과 비슷하다. 대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속도를 낸다면 우리나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미래 기술과 솔루션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의 솔루션과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고, 국내 산업 생태계도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
- 좋은 접근이긴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 협의는 안 했지만 LG CNS가 개발한 SW 개발 방법론 같은 경우 시장에서 활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 시스템의 기능 정의만 되면 코딩을 할 필요 없이 SW를 만드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이런 표준화 기술과 솔루션을 중견·중소기업에 공급하면 SAP가 솔루션만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LG CNS도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SDS의 블록체인, IoT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들 솔루션은 스마트시티의 기본이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이런 국산 솔루션을 이용해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실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티센의 경우도 삼성SDS, LG CNS와 논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IT서비스산업협회가 앞장서서 상생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이 구상에 대해 협회 임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국내 기업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자는 얘기다.
대기업들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국내에서 구축사례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중견·중소기업들과 협업해 국내 구축사례들을 늘려나가면 해외 시장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자정부 수출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이런 협업을 통해 과거에 하지 못한 많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IT서비스 산업은 제도만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기도 하다. 이 시장을 잘 살린다면 경제 불황을 딛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