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격거리 규제' 최대 걸림돌 시행초기인데 벌써부터 표의식 10년간 민원도 579건에 달해 '3020 계획'엔 규제완화 빠져 전국서 사업포기 사례 속출
롯데마트 경기 평택점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롯데마트 제공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정책이 시행초기부터 오는 6월 13일 치러질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사업 확대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도로·마을과 태양광발전시설 사이의 이격거리 규제 문제가 지방 선거의 '표심' 때문에 시·군·구 단위의 민원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가 좁고 70%가 산지인 열악한 태양광 입지 조건에 더해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의 농지 잠식을 우려하는 시각과 민원·인허가 문제가 중첩되며 '재생 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이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한 태양광 사업자는 "충청 일부 지역은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통한 100∼200m 이격 거리 규제 때문에 태양광 사업이 겉돌고 있으며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지방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 표를 의식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단체장이 있는 지자체 중 일부 지역은 신규 사업 추진이 아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규모 발전사업자도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이격 거리 규제' 문제의 해결과 진입도로 규제 완화, 발전 허가 기준 완화 등 알맹이가 빠졌다"며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자·주민의 개발이익공유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과도한 이익 공유 요구 등에 휘둘릴 것이 뻔하며, 추가 부담이 사업성을 해칠 정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 발표 후 전남 해안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A태양광발전사업자도 이격 거리 문제 때문에 최근 땅 매수를 포기했다. 그는 지방 선거가 끝나는 하반기 이후로 태양광 추가 투자 계획을 미뤘다. 지난해 은퇴 후 충남 지역 도로변에 1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던 예비사업자 B씨도 지난해 초에는 없었던 이격 거리 규제가 지방선거가 가까워진 지난해 하반기에 갑자기 도입되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소 분양 계약을 파기해야 했다.
풍력 발전사업을 추진 중인 C사의 관계자도 "소음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 반대로 풍력 발전 사업이 수년째 답보 상태인데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원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전국 신재생에너지발전소 허가·운영과 관련한 민원이 총 579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입안할 때 개발행위허가지침 상위법인 국토교통부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었지만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법 개정을 통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주민 반발 등 역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계획입지제도도 아직 이 분야 전담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기업형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이격거리 제한 문제와 태양광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중대형배터리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전차액지원 대상에도 빠져 3중고에 직면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사업자연합회는 최근 한국형 발전차액지원(FIT) 범위를 100kW 미만으로 재도입할 것으로 허용해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현재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포함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는 협동조합 및 농민은 100㎾ 미만, 개인사업자는 30kW 미만 태양광에 한해 발전 6사가 의무 구매하기로 했다. 30kW이하 소규모 사업자에게만 지원이 이뤄지며, 50∼100kW 규모의 발전사업을 하는 태양광 개인 사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