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계좌 단 2개지만, 잔액은 7865억원
"점포 가장 많아, 가상화폐 확산"

가상화폐 거래 계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은행은 NH농협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공적인 역할을 하는 특수은행의 가상화폐 거래계좌 잔액이 시중은행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특수은행이 아이러니 하게도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많은 수수료 수익을 취한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이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상화폐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잔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은행의 가상화폐 취급업자 관련 계좌 예치잔액은 총 2조670억원 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2억원)보다 64배 증가했다.

전체 은행 중 가상화폐 관련 계좌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NH농협은행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발급한 계좌가 2개에 불과했지만 예치잔액은 7865억원에 달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의 주거래은행으로, 이 같은 특성상 계좌 발급 건수는 가장 적었지만 계좌 잔고는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아 개별 이용자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1개의 법인계좌 아래에 거미줄 같이 많은 가상계좌가 있다. 이에 따라 가상계좌의 수는 수백만 계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농협은 자산 등 규모 면에서 국내 은행 중 5위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로 국내 은행 중 1위"라며 "지방 곳곳까지 농협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으로, 뒤집어 보면 농촌 구석구석까지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좋은 구조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가상화폐 발급 계좌가 30개, 예치잔액이 4920억원으로 NH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두 달만에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로 성장한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이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가상화폐 계좌가 3개, 예치잔액이 455억원에 달했다. KDB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터주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의 가상화폐 계좌 예치잔액이 38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2909억원), 우리은행(64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의 투기과열, 불법자금거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은행들이 이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상화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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